입양하면 집안 분위기가 밝아진다느니 사람이 달라진다느니 그런 말 많잖아요. 그래봤자 똑같음 했는데, 이상하게 제 생활 패턴만 좀 망가졌어요. 좋게 바뀐 거냐 하면 그것도 애매함. 원래 퇴근하고 들어오면 소파에 누워서 폰만 보다가 잠들었거든요. 지금은 현관문 여는 소리 들으면 저 멀리서 뛰어오는 애 때문에 일단 안아주고 물부터 갈아주게 됨. 내가 원해서 부지런해진 건 아니고 강제로 움직이게 된 거죠. 다 부질없죠 뭐, 결국 집사 노릇하는 거지

제일 변한 건 혼자 있는 느낌이 좀 덜하다는 거였어요. 이게 되게 거창한 위로 이런 건 아니고, 그냥 집에 들어왔을 때 숨소리 하나 더 있는 거. 그 차이가 생각보다 큼. 대구 자취방이 넓은 것도 아닌데 밤 되면 괜히 휑할 때 있잖아요. 근데 애가 캣타워 위에서 나 내려다보고 있으면 아 또 하루 끝났네 싶음 ㅋㅋ 별거 아닌데 이상하게 그게 계속 남아요

대신 편해진 건 하나도 없음. 새벽 다섯 시에 발로 얼굴 밟고 지나가고, 화장실 모래는 왜 그렇게 금방 더러워지는지 모르겠고, 옷은 검은색 포기했어요. 돌돌이 사도 끝이 없음. 병원비도 은근 쎄고, 사료 한 번 바꾸면 입맛 삐져서 또 난리. 내가 뭐 대단한 사랑으로 감당한다기보다 그냥 이미 데려왔으니까 하는 거죠. 책임감이 사람을 움직인다는 말도 웃기긴 한데, 뭐 그런 비슷한 상태는 맞는 듯

근데 웃긴 게, 그렇게 투덜대면서도 퇴근길에 자꾸 간식 코너 보게 돼요. 예전엔 내 저녁 메뉴만 고민했는데 지금은 저 작은 놈 캔 남은 거 있나 그거부터 생각함. 나 하나 건사하기도 귀찮았는데 누군가 컨디션을 계속 보게 된다는 게 좀 신기했어요. 밥 먹는 속도 다르면 괜히 걱정되고, 평소보다 안 놀면 하루 종일 찝찝하고. 내가 이렇게 예민한 사람인 줄도 몰랐음 ㅠㅠ

그래서 입양 후 변한 점 하나만 꼽으라면, 내가 내 기분만 보고 사는 인간은 아니게 됐다는 거? 엄청 따뜻해졌다 이런 소리까진 못 하겠고, 그냥 생활의 중심에 자꾸 고양이가 끼어드는 거예요. 귀찮고 돈 들고 잠도 깨는데, 없으면 또 허전할 것 같음. 참 별일이죠. 그래봤자 똑같은 인생인데 그 똑같은 인생 한복판에 고양이 하나 들어온 거, 그 정도는 좀 달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