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저는 길고양이 밥 챙기고 TNR 다니는 시간이 하루 루틴처럼 굳어 있던 사람이었는데, 막상 임보를 시작하고 나니까 집 안의 시간이 완전히 달라지더라고요. 밖에서는 늘 경계하던 애가 집에서는 조금씩 풀리는 그 과정을 매일 보는 게 생각보다 마음을 많이 건드렸어요. 처음 왔을 때는 인기척만 나도 숨고, 밥도 사람 없을 때만 먹었는데 요즘은 새벽만 되면 제 머리맡에 와서 조용히 앉아 있어요. 깨우는 건지 확인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그 눈 마주치는 순간 때문에 피곤해도 그냥 일어나게 되네요.
사실 반려동물이랑 사는 일상이 막 특별한 이벤트의 연속은 아니잖아요. 밥 주고, 화장실 치우고, 장난감 던져주고, 털 치우고, 새벽에 우다다 한 번 견디고 그런 소소한 반복인데, 이상하게 그 반복이 사람을 안정시켜 주는 것 같아요. 저는 길 아이들 볼 때마다 늘 “오늘은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컸거든요. 그런데 집 안에서 같이 지내는 애는 밥 잘 먹는지, 오늘 표정은 어떤지, 잠은 편하게 자는지까지 보게 되니까 돌봄의 결이 좀 다르더라고요. 더 세심해지고, 저도 덜 거칠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특히 웃긴 건, 밖에서는 그렇게 독립적으로 살던 애가 집에서는 은근히 생활 패턴을 맞춘다는 거예요. 제가 컴퓨터 앞에 앉으면 옆에 와서 졸고, 설거지하면 꼭 부엌 앞에서 구경하고, 힘 빠지는 날에는 괜히 한 번 더 다리 사이로 스치고 가요. 물론 아직도 갑자기 놀라거나 특정 소리에 예민할 때가 있어서 완전히 적응했다는 말은 못 하겠지만, 시간이 쌓이면 훨씬 편안해지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요즘 임보나 입양 고민하는 분들 보면, 처음의 서먹함만 넘기면 진짜 예상 못 한 위로를 받는다고 말하게 되네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은 임보나 입양한 아이가 집 루틴에 녹아드는 데 얼마나 걸리셨나요? 저는 아직도 “이 정도면 많이 편해진 건가?” 싶을 때가 있어요. 길에서 살던 시간이 있는 애들은 특히 신뢰 쌓는 속도가 다 다르니까 다른 분들 경험도 궁금하네요. 저는 오늘도 새벽에 한 번 깨웠다가 다시 제 발치에서 자는 거 보면서, 아 이게 내가 바라던 일상이었구나 싶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