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기 시작하고 제일 먼저 달라진 건, 무릎이 멀쩡해진 게 아니라 제 속이 먼저 뒤집히는 거였어요... 아침 먹고 챙겨 먹으라 해서 꾸역꾸역 먹는데, 입이 쓰고 더부룩하고 사람 기운이 쭉 빠지네요. 무릎은 가만히 있으면 좀 덜 아픈가 싶다가도, 일어나서 몇 걸음 떼면 또 욱신욱신 와서 아 이게 뭐가 달라진 건가 싶고요ㅠㅠ
희한한 건 처음 며칠은 오 괜찮나 했어요. 계단 내려갈 때 덜 찌릿한 것 같기도 하고, 밤에 뒤척이는 것도 조금 줄었나 싶었는데, 또 며칠 지나니까 몸이 약에 익숙해진 건지 통증이 슬금슬금 올라오더라고요. 근데 약은 또 끊으면 겁나고... 안 먹자니 아플 것 같고 먹자니 속이 싫고, 참 사람을 애매하게 잡아놔요.
집안일도 예전처럼 후딱이 안 돼요. 앉았다 일어나는 게 제일 싫고, 장 보러 다녀오면 그날 저녁엔 무릎이 열이 나는 것처럼 묵직해져서 아무것도 하기 싫어요. 약 먹으면서 좋아질 줄 알았던 건 걷는 게 좀 편해지는 거였는데, 저는 오히려 하루 종일 제 무릎 생각만 더 하게 됐어요. 오늘은 덜 아픈가, 지금은 왜 또 찌르나, 약발이 돈 건가 아닌가... 신경 쓰는 게 더 지치네요.
나이 먹으면 원래 그렇다, 천천히 가야 한다 그런 말도 이제 좀 지겨워요 ㅋㅋ 아픈 사람은 하루가 긴데요. 남들은 약 먹으면 좀 살겠다 하던데 저는 왜 이렇게 시원한 느낌이 한 번을 안 오는지. 괜히 서럽고 짜증나서 약통만 봐도 한숨부터 나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