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진짜 게임보다 더 자주 켜는 게 생겼는데, 웃기게도 시작은 “이거 한 판만 보고 자야지”였거든요. 근데 그 한 판이 세 판 되고, 알고리즘이 또 귀신같이 다음 판 물어다 주고, 그러다 새벽 3시에 모니터 앞에서 “와 이건 좀 미쳤는데?” 이러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함. 원래 롤도 하고 스팀겜도 이것저것 건드리는데, 최근엔 프로 경기 하이라이트랑 유저들 미친 플레이 모음 보는 맛에 제대로 빠졌어요. 특히 한타 구도 이상하게 뒤집히는 장면 나오면 괜히 내가 다 소리 지름. 부산 사는 사람들은 알 거임. 창문 열어놨다가 옆집에서 “쟤 또 시작이네” 할 정도의 텐션 나옴.
원래는 게임 직접 하는 맛이 더 크다고 생각했는데, 요즘은 보는 콘텐츠도 장난 아니더라. 그냥 경기만 보는 게 아니라 해설 반응, 채팅창 밈, 커뮤에서 “이 장면은 진짜 교과서냐 치트키냐” 싸우는 것까지 세트로 봐야 완성임. 약간 라면만 먹는 게 아니라 김치까지 꺼내야 끝나는 느낌? 특히 롤은 메타 조금만 바뀌어도 다들 진지한 척하면서 사실상 드립 배틀 열리잖아요. 그거 구경하는 재미가 너무 큼. 나도 처음엔 “아 좀 과몰입 심한 거 아닌가” 했는데, 어느새 나도 댓글창에서 혼자 감독 빙의하고 있음.
그리고 은근 이런 콘텐츠가 좋은 게, 직접 랭 돌리기 부담스러운 날에도 게임 감각이 완전히 끊기진 않는 느낌이 있음. 물론 본다고 실력이 갑자기 오르는 건 아니고, 막상 내가 하면 손은 뇌 속 시뮬레이션을 배신하긴 함. 머릿속: 페이커. 현실: 미니언에도 쫄아서 뒤로 감. 그래도 새로운 픽이나 운영 보는 재미가 있어서, 나중에 친구들이랑 할 때 “이거 해보자” 꺼낼 거리 생기는 건 좋더라고요. 근데 문제는 너무 보다 보면 내가 플레이하는 시간보다 남 플레이 보는 시간이 길어짐. 이쯤 되면 내가 게이머인지 관중인지 정체성에 혼란 옴.
혹시 여기서도 요즘 빠진 콘텐츠 있는 사람 있음? 꼭 게임 아니어도 됨. 근데 게임 갤이니까 가능하면 게임 쪽이면 더 좋고 ㅋㅋ 나는 당분간 하이라이트 늪에서 못 나올 듯. 진짜 무서운 건, “딱 10분만”이 제일 오래 걸린다는 거. 이 말 부정할 수 있는 사람 있으면 인정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