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요즘 게임도 게임인데 이상하게 영상물이나 애니, 드라마 같은 거 보다가 중간에 멈춘 작품이 자꾸 쌓임. 시작할 때는 분명 재밌어 보였거든. 1화 보고 오 이건 간다 했는데 어느 순간 5화쯤에서 손이 안 감. 재미가 없어서 끈 건 아닌데, 막상 다시 틀려니까 내가 어디까지 봤는지 기억도 안 나고 등장인물 이름도 가물가물해서 그냥 봉인됨. 약간 랭겜 한 판 지고 멘탈 터져서 “오늘은 일반이나 해야지” 해놓고 그대로 컴 끄는 느낌이랑 비슷함.

최근에도 하나 있었음. 초반 분위기 진짜 좋고 연출도 괜찮아서 자기 전에 한두 편씩 보려고 했는데, 딱 하루 텀 생기니까 끝이더라. “내일 이어봐야지”가 제일 무서운 말임. 내일의 나는 늘 다른 보스를 잡으러 감. 유튜브 알고리즘한테 끌려가든, 롤 친구한테 불려가든, 갑자기 스팀 라이브러리 청소한답시고 안 하던 게임 설치하든 아무튼 원래 보던 건 뒤로 밀림. 그러다 한 달 지나면 그 작품은 이제 내 머릿속에서 미완성 퀘스트 됨.

근데 또 웃긴 게, 그렇게 멈춘 작품이 꼭 재미없었던 건 아니란 말이지. 진짜 별로였으면 미련도 없는데 애매하게 재밌었어서 더 찝찝함. 마치 PC 부품 바꾸려고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결제는 안 했는데 계속 생각나는 그 맛. 그래서 가끔은 처음부터 다시 볼까 싶다가도, 이미 본 초반부 다시 보는 거 귀찮아서 또 포기함. 나는 이 구간을 “흥미는 있는데 추진력이 죽은 상태”라고 부름. 이름만 거창하지 그냥 귀찮은 거 맞음.

다들 이런 작품 하나씩 있냐? 너네는 보다 멈춘 거 다시 잡는 편임, 아니면 그냥 추억 속 미제 사건으로 묻어버림? 나는 요즘 하나 다시 살려볼까 고민 중인데, 괜히 손댔다가 또 7화쯤에서 멈추면 그것도 그것대로 개웃길 듯. 추천도 좋고, 너네가 끝까지 못 본 작품 썰도 좀 풀어줘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