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시험기간이라 공부해야 되는데, 이상하게 사람 마음은 꼭 딴 데로 튀잖아. 그래서 예전에 재밌게 보던 작품들 다시 찍먹하다가 문득 깨달음. 아 나 진짜 “보다가 멈춘 작품” 개많구나. 시작할 땐 이건 내 인생작이다, 제작진 통장에 내 월세 넣어드리고 싶다 이러다가 어느 순간 그냥 멈춰 있음. 하차할 때도 거창한 이유 없음. 잠깐 바빠서 한 주 밀렸는데 그게 두 달 되고, 나중엔 등장인물 이름도 가물가물해서 재진입 장벽이 헬난이도 됨.

특히 스토리 좋은 작품일수록 더 그래. 초반엔 세계관 떡밥 뿌릴 때 “와 이건 회수되면 미쳤다” 하면서 보는데, 중반쯤 가면 갑자기 내가 떡밥이 아니라 출석을 놓쳐버림. 게임으로 치면 분명 갓겜인데 튜토리얼 끝내고 서브퀘 하다 접속 안 하게 되는 그 느낌임. 분명 재미없어서 멈춘 건 아닌데, 그렇다고 다시 잡자니 어디서부터 봐야 할지 모르겠고. 예전엔 “나중에 몰아서 봐야지” 했는데 그 나중이가 아직도 안 옴. 나중이 출근 안 함.

웃긴 건, 남들이 “후반부 미쳤다”, “결말 소름” 이런 말할수록 더 못 들어가겠더라. 기대치가 너무 올라가니까 괜히 각 잡고 봐야 할 것 같음. 라면 먹으면서 편하게 보던 걸 갑자기 논문 읽듯이 입장하게 되는 거지. 그러다 또 타이밍 놓치고, 어느 날 알고리즘이 관련 영상 띄워주면 “아 맞다 이거 보다 말았지” 하고 끝. 거의 내 콘텐츠 소비 습관이 미완성 컬렉터임. 업적 달성 조건이 엔딩 보기인데 나는 늘 중간 저장에서 캠핑 중.

나 같은 사람 또 있냐? 재미는 있었는데 그냥 흐름 끊겨서 보다가 멈춘 작품들. 그리고 그런 거 다시 들어갈 때 1화부터 복습파인지, 요약 영상 보고 직진파인지 궁금함. 난 매번 1화부터 보겠다고 결심만 하고 결국 요약 찾아보다가 댓글 스포 맞고 퇴장함. 진짜 내 의지력, 튜토리얼 NPC보다 약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