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14일
하제 받으러 가는 날이다. 지난 주에 못다한 얘기는 메모장에 써 두었다. 닥터 앞에만 앉으면 늘 할 말을 잊어버린다. 스스로 생각해도 두서가 없어 더듬기가 일쑤다. 환의유친이라는데 메이저 병원에선 상상도 못할 일이다. 담당의사를 무한신뢰하기에는 첫인상과 첫대화일 것이다.
S병원에서의 일이다. 닥터 L을 검색하니 그의 선대가 경성의전 생리학 박사로 당시 미디어 대담과 잡지사 투고를 읽고 메모를 해 두었다. 진료 후 타이밍을 잡아 언급을 하며 입력해 두었던 URL을 알려 주었다. 의심에 찬 듯한 닥터L은 그냥 알아보겠다는 반응 뿐이었다. 환자가 발굴한 선대의 업적이라 분위기가 어색하기도 했다. 아무튼 한 달 후, 내시경 검사결과 때였다. 진료소견이 끝나면 언급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일체 말이 없었다. 잊어버렸나? 내가 괜한 짓을 했나? 대화단절형인가? 그냥 진료실을 나오자니 뒤가 당겨 대뜸 물었다.
“아, 참... 선대의 기록물을 검색해보셨습니까?”
“아, 그거 요. 다른 사람 얘기에요. 동명이인 같아요.”
그럴 수는 없었다. 강점기 시대에 잡지사 대담에 생리학 박사가 둘이었다고? 그것도 부자지간에? 내가 저잣거리 장돌뱅이로 보이나? 비록 환자일지라도, 이래뵈도 내 고향 경주에선 첨성대 구멍 안을 들여다 본 몇 안되는 장삼이사라고~!
닥터에게 S결장 절제 후 첫 내시경 검사라고 이실직고했다. 간호사가 건강검진과 병행하자기에 동의했다.
아스팔트가 덥다. 반월성 쪽이 어둡더니 소나기가 튄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