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검진 때마다 혈압이 경계라고 나와서 늘 찜찜했거든요. 약 먹을 정도는 아니라는데 그 말이 더 무서웠어요. 애매하니까 더 방치하게 되더라고요. 저는 인천에서 출퇴근하는데 차 타고 회사 갔다가 하루 종일 앉아 있다 오니까 몸이 진짜 굳는 느낌이 있었어요. 그러다 어느 날 계단 두 층 올라가는데 숨이 너무 차서, 아 이건 좀 아니다 싶어서 저녁에 걷기부터 시작했어요.

처음엔 거창한 거 하나도 없었어요. 퇴근하고 밥 먹기 전에 동네 한 바퀴, 빠르게 걷기 30분 정도만 했어요. 근데 신기했던 게 혈압보다 먼저 잠이 달라지더라고요. 원래 누우면 회사 생각나고, 심장 두근거리는 것 같고, 괜히 뒤척이다가 늦게 잤거든요. 걷고 온 날은 머리가 좀 조용해졌어요. 푹 잔 날 아침엔 얼굴 붓기도 덜하고요. 저는 그게 제일 컸어요 ㅠㅠ

그리고 입맛이 좀 바뀌었어요. 예전엔 야근하고 오면 라면이나 매운 배달음식이 그렇게 당겼는데, 걷고 나면 이상하게 그런 게 덜 땡기더라고요. 속이 뜨거운 음식보다 집에서 대충이라도 두부에 간장 찍어서 먹거나 토마토 썰어 먹는 쪽이 편했어요. 일부러 건강식 해야지 한 건 아닌데 몸이 피곤하게 만드는 걸 싫어하는 느낌? 이게 운동 때문인지 나이 때문인진 모르겠는데 저는 확실히 그랬어요 ㅋㅋ

제일 의외였던 건 짜증이 좀 줄었다는 거예요. 회사에서 작은 일에도 예민하게 받아치던 날이 있었는데, 걷기 시작하고 나서는 한 박자 늦게 반응하게 되더라고요. 똑같이 스트레스 받는데도 집까지 끌고 오지 않는다고 해야 하나요. 예전엔 퇴근 후에도 머릿속으로 계속 싸우고 있었거든요. 요즘은 이어폰 끼고 걷고 들어오면 그게 좀 끊겨요.

아직도 혈압 재면 완전 정상! 이런 수준은 아니에요. 그래서 더 조심하고 있고요. 그래도 전처럼 목 뒤 뻣뻣한 느낌이 매일 있진 않고, 아침에 눈 뜰 때 덜 겁나요. 별거 아닌데 그 차이가 은근 크네요. 운동 시작하면 몸무게부터 확 빠질 줄 알았는데 저는 그런 쪽보다 잠, 입맛, 예민함부터 바뀌었어요. 그게 좀 신기해서 적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