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 돌고 나오면 진짜 배가 고픈 게 아니라 그냥 사람이 풀어져버리잖아요. 저도 한동안은 그 핑계로 아무거나 집어넣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체중보다 컨디션이 더 처참해지더라고요. 붓기는 늘 있고, 자고 일어나도 개운한 날이 없고, 환자 보면서 집중 끊기는 게 제일 짜증났습니다. 살이 좀 붙는 건 그러려니 했는데 몸이 계속 무겁고 머리가 안 돌아가니까 아 이건 아니다 싶었어요.
그래서 대단한 거 한 것도 아니고, 그냥 야식으로 배 채우는 거부터 줄였어요. 퇴근하고 늦게 집 가면 라면이나 빵으로 막 때우는 게 제일 쉽긴 한데 그거 먹은 다음날이 너무 별로였거든요. 속 더부룩하고 얼굴 붓고, 괜히 예민해지고 ㅠㅠ 그래서 닭가슴살이니 샐러드니 그런 의지 넘치는 메뉴 말고, 그냥 밥 조금에 계란이랑 두부 같은 걸로 대충 넘겼습니다. 맛없어서 짜증나는데 몸은 확실히 덜 망가지더라고요 ㅋㅋ
신기한 건 체중계 숫자보다 오후 컨디션이 먼저 달라졌다는 거였어요. 전엔 오후 외래쯤 되면 당 떨어진 사람처럼 멍했는데, 그게 좀 덜했습니다. 근데 이게 또 웃긴 게 한 번 바빠서 다시 막 먹기 시작하면 바로 티 나요. 몸이 정직한 건지 잔인한 건지 모르겠습니다. 먹는 걸 즐거움으로 풀던 습관을 억지로 꺾는 게 제일 빡세네요. 살 관리보다 그게 더 짜증났어요, 진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