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을 준비할 때 항공권과 숙소, 환전만 챙기는 시대는 지났다. 목적지에 따라 감염병 유행 상황과 예방수칙을 함께 확인해야 안전한 여행이 가능하다. 최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는 가나와 라이베리아에서 클레이드 II 원숭이두창 유행이 이어지고 있다며 여행자에게 강화된 주의를 권고했다. 원숭이두창은 일반적인 호흡기 감염병처럼 짧은 공간 공유만으로 쉽게 전파되는 질환은 아니지만, 감염자의 피부 병변과 체액, 오염된 물건, 밀접 접촉을 통해 옮을 수 있어 여행 전 정보 확인이 중요하다.

원숭이두창은 최근 국제적으로는 엠폭스라는 이름으로도 불린다. 바이러스에 감염된 뒤 발열, 두통, 근육통, 피로감 같은 전신 증상이 먼저 나타날 수 있고, 이후 피부 발진과 물집, 딱지가 생길 수 있다. 발진은 얼굴, 몸통, 손발뿐 아니라 입 안이나 생식기 주변에도 생길 수 있다. 특히 목, 겨드랑이, 사타구니 림프절이 붓고 아픈 증상이 동반될 수 있어 단순 피부 트러블이나 벌레 물림과 구분해 살펴야 한다.

세계보건기구는 2026년 6월 26일 발표한 다국가 원숭이두창 상황 보고에서 2026년 5월 말 기준 전 세계 역학 상황과 6월 중순 기준 아프리카 지역 상황을 정리했다. WHO 보고서에 따르면 2025년 1월 1일부터 2026년 6월 14일까지 아프리카 31개국에서 확진 4만9176건과 사망 222건이 보고됐다. 이는 원숭이두창이 특정 국가의 일시적 문제가 아니라, 계속 감시와 대응이 필요한 감염병임을 보여준다.

전파는 주로 가까운 접촉에서 발생한다. 감염자의 발진, 물집, 딱지, 체액과 직접 접촉하거나 감염자가 사용한 침구, 수건, 의류를 함께 사용할 때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성접촉을 포함한 밀접한 신체 접촉도 주요 전파 경로로 알려져 있다. 또한 원숭이두창이 풍토병처럼 존재하는 지역에서는 야생동물과의 접촉, 출처가 불분명한 동물성 식품 취급도 피하는 것이 좋다.

여행자는 방문 국가와 지역을 구체적으로 확인해야 한다. 아프리카 전체를 하나로 묶어 위험을 판단하기보다, 실제 방문하는 도시와 지역, 체류 기간, 현지 활동을 기준으로 살펴야 한다. CDC는 가나와 라이베리아 여행자 중 여행 중 새로운 파트너와 성접촉, 상업적 성접촉 장소 방문, 금전이나 물품 등과 관련된 성적 또는 밀접 접촉이 예상되는 경우 원숭이두창 백신 접종을 권고한다고 안내했다. 모든 여행자가 같은 수준의 위험을 갖는 것은 아니므로 개인 일정과 행동 양식에 따른 판단이 필요하다.

현지에서 지켜야 할 기본 수칙은 분명하다. 발진이나 물집이 있는 사람과 피부 접촉을 피하고, 수건과 침구, 의류 같은 개인 물품을 공유하지 않는 것이 좋다. 사람이 밀집된 장소나 접촉이 많은 행사에 참여할 때는 주변 사람의 피부 병변 여부를 살피고, 몸 상태가 좋지 않은 사람과의 가까운 접촉은 피해야 한다. 손은 비누와 물로 자주 씻고, 물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는 알코올 손 소독제를 활용할 수 있다.

문제는 여행 중 생긴 발진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는 경우다. 더운 지역에서는 땀띠, 벌레 물림, 알레르기처럼 보이는 피부 증상이 흔하기 때문에 원숭이두창을 바로 떠올리기 어렵다. 그러나 발열과 몸살 증상 뒤에 통증이 있는 발진이 생기거나, 림프절이 붓고, 물집이 딱지로 변한다면 감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증상이 있을 때는 다른 사람과의 밀접 접촉을 줄이고, 현지 의료기관이나 보건당국 안내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

귀국 후에도 증상 관찰은 필요하다. 여행을 마친 뒤 발열, 근육통, 피로감, 림프절 부종, 피부 발진이 나타나면 최근 방문한 국가와 지역, 현지에서의 접촉 이력을 의료진에게 먼저 알려야 한다. 감염병 진단에서 여행 이력은 중요한 단서다. 발진 부위를 가리거나 숨기기보다 정확히 설명해야 불필요한 전파를 줄이고 필요한 검사를 빠르게 받을 수 있다.

원숭이두창은 특정 집단에 대한 편견으로 접근해서는 안 되는 감염병이다. 중요한 것은 낙인이 아니라 전파 경로를 이해하고, 위험한 접촉을 줄이며, 증상이 있을 때 빠르게 대응하는 것이다. 누구나 유행 지역을 방문하거나 밀접 접촉 상황에 놓이면 노출될 수 있으므로, 개인 위생과 접촉 관리, 여행 전 정보 확인이 핵심이다.

해외 감염병은 출발 전에 준비할수록 위험을 줄일 수 있다. 가나와 라이베리아처럼 여행보건 공지가 나온 지역을 방문한다면 목적지별 최신 정보를 확인하고, 자신의 일정에 백신 상담이 필요한지 살펴야 한다. 여행 후 발진과 림프절 부종이 나타난다면 단순 피부질환으로만 넘기지 말고 여행 이력을 의료진에게 전달해야 한다. 건강한 여행은 목적지에 도착해서가 아니라 출발 전 확인에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