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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복통과 설사, 변비가 번갈아 나타나는 증상은 현대인에게 매우 흔하다.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거나 불규칙한 식습관을 가진 이들 사이에서는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을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증상이 몇 주 이상 지속되고, 배변 후에도 복통이 해소되지 않거나 체중 감소, 피로감, 혈변 등이 동반된다면 단순 기능성 질환이 아니라 만성 염증성 질환인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일 가능성도 충분하다. 최근에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조기 진단이 늘고 있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증상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병을 키우는 경우가 적지 않다.

염증성 장질환은 자가면역 반응에 의해 장 점막에 만성 염증이 생기는 질환군이다. 대표적으로는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이 있으며, 두 질환 모두 비교적 젊은 연령대에서 호발하지만 최근에는 40~5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도 신규 발병이 증가하는 추세다. 궤양성 대장염은 주로 직장이나 S결장에서 시작되어 대장 전체로 염증이 퍼질 수 있으며, 혈변과 점액성 설사, 복부 팽만, 전신 쇠약감이 주요 증상이다. 반면 크론병은 구강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전반에 걸쳐 염증이 발생할 수 있으며, 복통, 미열, 체중 감소, 항문 통증, 농양, 누공 등 다양한 증상으로 나타난다. 특히 크론병은 장벽 전체를 침범하고 협착이나 천공 등 합병증 발생률도 높아 정기적인 관찰과 적극적인 치료가 필수적이다.

이러한 질환들은 초기에는 과민성대장증후군과 유사한 양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자각하기 어렵고, 일반적인 장약이나 유산균 복용으로 일시적으로 증상이 완화되면 그대로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반복되는 염증은 장 조직의 손상을 가져오고, 그 결과 흡수 장애, 빈혈, 탈수, 영양결핍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 특히 크론병의 경우 장 이외에도 관절염, 피부염, 눈의 염증, 간 질환 등 전신에 염증을 일으킬 수 있으며, 이로 인해 삶의 질이 현저히 저하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서는 대장내시경과 조직생검이 필수다. 내시경으로 장 점막의 상태를 육안으로 확인하고, 필요 시 조직을 채취해 염증의 정도와 특징을 분석한다. 크론병 의심 시에는 소장 영상검사, 캡슐내시경, MRI 등의 보조적 검사가 추가되기도 한다. 혈액검사나 대변 염증지표(Fecal calprotectin)도 염증성 질환 여부를 가늠하는 데 도움이 된다. 진단이 확정되면 염증을 조절하고 장 손상을 막기 위해 항염증제, 면역조절제, 생물학적 제제 등으로 구성된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하다. 최근에는 생물학적 제제의 발전으로 재발률을 줄이고 장기적인 예후를 개선하는 치료 전략이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환자들은 치료와 더불어 생활습관 개선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고지방, 고당분 음식은 피하고, 자극적인 식품이나 카페인, 알코올 섭취는 제한하는 것이 좋다. 또한 스트레스가 장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큰 만큼, 꾸준한 운동과 규칙적인 수면, 정신적 안정을 병행하는 것이 치료 효과를 높인다. 일부 환자에게는 특정 음식이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개인별 맞춤 식단 조절도 권장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증상이 완화됐다고 해서 임의로 약 복용을 중단하지 않고, 정기적인 진료와 내시경 추적 관찰을 지속하는 것이다.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조기에 발견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이 정상에 가까운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 반면 진단과 치료가 늦어질 경우 장 절제 수술까지 이어질 수 있어 조기 개입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단순한 소화불량이나 스트레스로 생각했던 복부 증상이 실제로는 장기간 관리가 필요한 만성질환일 수 있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고, 몸이 보내는 신호를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 과민성대장증후군이라는 진단 뒤에 숨겨진 염증성 장질환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반복되는 복통과 배변 이상을 결코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