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은 오후가 되면 이유 없이 불안해지거나 초조함이 커지고, 집중이 안 되거나 평소보다 예민해지는 증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있다. 흔히 피곤함이나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이러한 변화가 치매의 초기 신호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해 질 무렵에 증상이 뚜렷해지는 ‘석양 증후군(sundowning)’은 경도인지장애와 초기 치매 환자에서 빈번하게 발견되는 패턴으로 알려져 있다. 석양 증후군은 하루 중 특정 시간대에만 나타나는 감정·행동 변화가 특징이다. 늦은 오후나 해가 질 무렵에 불안감, 혼란, 방향 감각 저하, 예민함, 감정 폭주 등이 두드러지며, 일부 환자는 이유 없는 두려움이나 우울감을 호소하기도 한다. 의료진은 이 현상이 단순 감정 기복이 아니라 뇌 기능 저하와 생체리듬 이상의 초기 변화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한다. 신경과 전문의는 “해가 지는 시간대의 불안과 혼란은 치매 환자에게 매우 흔한 초기 증상”이라며 “인지 기능 저하가 시작될 때 뇌의 하루 리듬 조절 능력이 약해지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중추신경계의 생체리듬 변화는 특히 주목되는 요소다. 우리 몸은 시상하부의 ‘생체시계’를 중심으로 낮과 밤에 맞추어 호르몬·신경전달물질 균형을 조절하는데, 치매 초기에는 이 조절 시스템이 쉽게 흔들린다. 빛에 대한 민감도도 떨어져 오후 늦게 주변이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뇌가 혼란을 느끼고 불안, 무기력, 집중력 저하 같은 증상을 일으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연구에서도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서 석양 무렵 코르티솔 변동 폭이 더 크고, 기분 변화가 심해지는 경향이 보고됐다. 환경 요인도 증상을 악화시킨다. 오후 늦은 시간은 피로가 누적되고 혈당이 떨어지는 시간이기도 하다. 에너지 저하 상태에서 인지 기능이 미세하게 흔들리면 작은 자극에도 과도한 불안과 감정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에게 짜증을 내거나 반복된 질문을 하는 행동이 이 시기에 집중된다면, 단순 피로가 아닌 초기 인지 저하의 신호일 가능성을 고려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