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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올해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이 생애 동안 암에 걸릴 확률은 남성 37%, 여성 34.8%로 나타났다. 남성은 5명 중 2명, 여성은 3명 중 1명이 암 진단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이미 전체 국민의 5%는 현재 암 치료를 받고 있거나 과거 암을 경험한 적이 있다. 특히 고령층에서 암 환자 증가가 두드러지는데, 이는 자연적인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설명한다.

박경화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암은 유전자 돌연변이가 누적돼 발생하는데, 나이가 들수록 면역 기능과 세포 자가 수리 능력이 떨어지면서 암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임채홍 고려대 안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도 “나이가 들면 면역계가 비정상 세포를 제거하는 능력이 감소하기 때문에 고령에서 암 발생률이 높아지는 것은 예측 가능한 변화”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이를 근거로 암을 고령층의 대표적 만성질환으로 바라보는 관점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건강 수명의 연장과 의료기술 발전도 암 환자 증가 요인 중 하나다. 진단 장비가 정교해지면서 이전에는 발견하지 못했던 암을 조기에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암이 고령에서 진행 속도가 더딘 것으로 오해하는 경우도 있으나, 이는 사실이 아니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오히려 폐암, 대장암, 위암, 전립샘암 등 일부 암은 고령에서 더 난치성으로 진행되기도 한다는 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암 예방의 방법은 분명하다. 박경화 교수는 “65세 이후 암 발생을 줄이기 위해서는 젊을 때부터 생활습관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중장년기에 접어들어도 늦지 않으며, 지금부터라도 식습관 개선, 규칙적 운동, 체중 조절, 금연 등 기본적인 건강관리 원칙을 실천하면 암 발생 위험을 낮출 수 있다고 조언한다. 국립암센터가 제시한 ‘10대 암 예방 수칙’ 또한 일상에서 지키기 쉬운 원칙들로 구성돼 있어 예방 효과가 크다고 알려져 있다.

식습관은 암 예방의 중요한 변수다. 임채홍 교수는 대규모 해외 연구를 인용해 “다양한 색의 채소와 과일을 충분히 섭취하고, 붉은 육류보다는 생선과 닭고기, 정제 탄수화물보다 통곡물을 선택했을 때 암 사망률이 약 6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추가로 “고지방·고열량 식품은 비만을 증가시키는데, 비만은 여러 암의 위험 인자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암 조기검진 역시 생존율 향상의 핵심이다. 임 교수는 “국가 암 검진 프로그램을 통해 유방암·위암·대장암을 조기에 발견한 경우 5년 생존율이 94~99%에 달한다”며 조기 진단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다만 75세 이후에는 개인의 건강 상태에 따라 검진 주기를 의사와 상의해 결정하는 것이 권장된다.

최근에는 항암 치료의 방식도 크게 발전했다. 면역항암제와 표적치료제 등 정밀의학 기반 치료가 확산되면서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방사선 수술 역시 조기 폐암·간암 등 고령 환자를 중심으로 치료 성적을 높이고 있다. 박 교수는 “4기 암이라도 적절한 치료를 통해 생존 기간을 상당히 늘릴 수 있다”며 “국내 치료 성적은 국제적으로도 높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치료 성과는 환자의 의지와 가족의 지원에도 크게 좌우된다. 박 교수는 “암을 극복하려는 적극적인 의지가 완치 가능성의 30~40%를 차지할 만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고령 환자 일부가 초기 치료를 거부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가족의 설득과 지속적인 격려가 치료 참여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실제 한 고령 여성의 사례에서는 환자 본인의 의지와 의료진·가족의 신뢰와 협력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유방암이 뼈와 뇌로 전이됐음에도 꾸준한 치료와 지지 속에서 안정적으로 건강을 유지한 사례는 고령 암 치료에서도 긍정적 전망이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누구에게나 암은 찾아올 수 있지만, 생활습관 관리와 조기검진, 치료 참여도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초고령 사회가 본격화된 지금, 암을 피할 수 없는 질환으로만 바라보는 대신, 예방과 관리·치료의 과학적 근거를 이해하고 실천하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