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피곤한 날이 있다. 하지만 매일 9시간 이상 잠을 자고도 낮에 눈을 뜨기 힘들 정도의 졸음이 밀려오고, 깨어 있어도 머릿속이 멍하고 몸이 무겁다면, 단순한 피로가 아닐 수 있다. 실제로 수면 시간을 충분히 확보했음에도 낮 동안 심한 졸음과 정신적 흐림(foggy brain)을 반복적으로 경험한다면, ‘특발성 과다수면증(Idiopathic Hypersomnia, IH)’이라는 질환을 의심해봐야 한다. 이름처럼 원인이 명확하지 않은 이 희귀 신경계 수면 장애는 일상 기능을 저해하고 삶의 질을 크게 떨어뜨린다.
특발성 과다수면증은 총 수면 시간이 과도하게 길고, 수면 후에도 상쾌하지 않으며, 낮 동안 갑작스러운 졸음이 반복되는 것이 특징이다. 일부 환자는 하루에 12시간 이상 자는 경우도 있으며, 낮잠을 자도 개운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게다가 잠에서 깨는 데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리고, 깨는 과정 자체가 고통스럽게 느껴지는 ‘수면 관성(sleep inertia)’이 심한 것이 주요 증상 중 하나다.
이 질환은 기면증과 혼동되기 쉬우나, 렘수면 도입기인 수면 발작이나 탈력발작이 없고, 낮잠 중 렘수면에 진입하는 경향도 적다는 점에서 구별된다. 원인은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수면을 유도하는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 또는 중추신경계의 각성 유지 체계 이상이 관련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전적 소인도 일부 작용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