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가 되면 굳어 있던 허리 근육이 사소한 동작에도 쉽게 삐끗합니다. 하루 이틀 파스를 붙이면 가라앉을 것 같던 통증이 2주, 3주가 지나도 그대로이고, 어느 날 거울 속 자신의 키가 줄어든 것처럼 느껴진다면 상황은 달라집니다. 허리를 삐끗했을 뿐인데 통증이 안 없어지고 키가 준 것 같다는 감각은 단순한 근육통의 신호가 아니라 척추뼈 자체가 내려앉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으며, 일교차가 커지는 이 시기에는 특히 주의가 필요합니다.
일교차 큰 환절기, 척추가 유독 약해지는 이유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가는 시기에는 새벽과 낮의 기온 차이가 10도 이상 벌어지는 날이 많아집니다. 기온이 떨어지면 혈관이 수축하면서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의 유연성이 떨어지고, 평소라면 아무렇지 않았을 동작에도 근육이 쉽게 긴장합니다.
햇볕을 쬐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입니다. 비타민D는 자외선을 통해 피부에서 합성되는데, 일조량이 줄어드는 계절에는 이 합성량이 자연히 감소합니다. 비타민D가 부족해지면 장에서 칼슘 흡수가 낮아지고, 뼈에서 칼슘을 끌어다 쓰는 상태가 이어지면서 골밀도가 서서히 낮아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빙판길이나 미끄러운 바닥에서 순간적으로 삐끗하는 낙상까지 겹치면, 이미 약해진 척추뼈에는 작은 충격도 큰 부담이 됩니다. 건강한 척추라면 아무 일 없이 지나갈 힘이지만, 골밀도가 낮아진 척추에는 미세 골절의 시작점이 될 수 있습니다.
삠으로 시작해 골절로 번지는 원인들
허리를 삐끗했다고 표현하는 상황은 대부분 근육이나 인대가 순간적으로 늘어나면서 생기는 염좌를 가리킵니다. 이런 근육통은 보통 1~2주 안에 눈에 띄게 가라앉고, 특정 자세를 취할 때만 아픈 양상을 보입니다.
문제는 같은 삠이라도 원인이 전혀 다른 경우입니다. 압박골절은 척추뼈의 앞쪽이 눌려 쐐기 모양으로 내려앉는 골절을 말합니다. 골밀도가 낮아진 상태에서는 기침, 재채기, 가벼운 물건을 드는 동작만으로도 이런 골절이 발생할 수 있으며, 통증의 시작은 흔한 삠과 구별되지 않지만 회복되는 속도와 양상이 다릅니다.
국내 골절 환자 통계를 살펴보면 연령과 성별에 따라 뚜렷한 차이가 나타납니다.
2020년 골절 환자 중 여성(115만 6,604명)이 남성(109만 6,509명)의 1.1배였으며, 50대 이상부터는 여성이 남성보다 골절 환자 수가 많았습니다.[1]
폐경 이후 여성호르몬 감소로 골밀도가 빠르게 낮아지는 시기와 골절 환자가 늘어나는 연령대가 맞물린다는 점은 눈여겨볼 대목입니다.
가벼운 삠과 압박골절, 키가 줄어든 느낌까지 구별하는 법
겉으로 드러나는 통증만으로 근육통과 압박골절을 구별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몇 가지 신호는 압박골절 가능성을 높게 시사합니다.
- 통증이 2주가 지나도 줄어들지 않거나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
- 가만히 누워 있어도 통증이 가라앉지 않는 야간통
- 기침이나 재채기, 배변 시 힘을 줄 때 통증이 확 심해지는 경우
- 최근 1년 사이 키가 2cm 이상 줄어든 것 같은 느낌
- 등이 서서히 굽어 보이거나 옷 라인이 예전과 달라진 경우
이 중 하나라도 해당하면 근육통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상태이며, 영상검사로 척추뼈의 실제 모양을 확인해야 정확한 판단이 가능합니다.
압박골절은 초기에 발견하면 보조기 착용과 안정만으로도 뼈가 다시 굳는 경우가 많지만, 방치된 채 시간이 지나면 눌린 척추뼈 모양이 그대로 굳어버립니다. 한 번 주저앉은 척추뼈 높이는 이후 치료로도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이 상태가 여러 마디에 반복되면 등이 굽는 후만증과 키 감소가 고정됩니다.
골다공증은 척추뿐 아니라 몸의 균형 감각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석증 위험 요인 분석에서 골다공증은 보정 위험비 1.76배, 여성은 1.54배, 고혈압은 1.13배로 유의한 관련성을 보였습니다.[2]
어지럼증까지 함께 나타난다면 뼈 건강 전반을 살펴볼 필요가 있는 신호로 볼 수 있습니다.
삐끗한 직후부터 한 달까지, 단계별 관리법
삐끗한 직후의 대처는 시간 흐름에 따라 달라져야 합니다.
- 0~48시간: 통증 부위에 15~20분씩 냉찜질을 하고, 허리를 굽히거나 무거운 물건을 드는 동작은 피합니다.
- 3일~1주차: 붓기가 가라앉으면 온찜질로 전환하고, 하루 10~15분씩 평지 걷기로 혈액순환을 돕습니다.
- 1~2주차: 이 시점에 통증이 절반 이상 줄어들지 않는다면 단순 염좌 이상의 원인을 의심해볼 시점입니다.
- 2주 이후: 통증이 그대로이거나 키가 줄어든 느낌, 등이 굽어 보이는 변화가 함께 있다면 영상검사로 원인을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 흐름에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1~2주차 통증 감소 폭입니다. 절반도 줄지 않았다면 근육통 단계를 넘어선 상태일 가능성을 열어두어야 합니다.
자가관리로 충분한 경우와 정밀검사가 필요한 경우
같은 삐끗함이라도 누구에게 어떤 관리가 맞는지는 상황에 따라 갈립니다. 특별한 위험 요인 없이 젊은 나이에 발생한 삠이라면 앞서 설명한 단계별 관리로 자연 회복을 기다리는 것이 맞고, 폐경 이후 여성이거나 골다공증 진단 이력, 장기간 스테로이드 복용 이력이 있는 경우라면 통증 초기부터 영상검사로 척추뼈 상태를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골다공증으로 인한 척추 문제는 한 과의 진료만으로 해결되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대한골대사학회는 내과, 정형외과, 산부인과, 재활의학과, 핵의학과, 치과, 영양학 등 여러 분야의 골다공증 전문가가 참여하는 대표적인 다학제 학회입니다.[3]
그래서 정형외과 진단 이후에도 내분비내과나 재활의학과 진료가 이어지는 경우가 흔합니다.
골다공증 관리에서 흔히 권장되는 칼슘과 비타민D 보충도 모든 환자에게 같은 결과를 내는 것은 아닙니다.
칼슘과 비타민D를 함께 보충한 골다공증 여성 환자군에서 이석증 재발 위험이 오히려 유의하게 높았으며(위험비 1.122), 40~49세 여성의 재발률은 29.2%로 보충하지 않은 군보다 높았습니다.[4]
따라서 보충제 복용 여부와 용량은 연령과 동반 질환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할 문제입니다.
허리 통증과 키 변화에 대해 궁금한 점들
본 콘텐츠는 일반적인 건강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의학적 진단·치료를 대신하지 않습니다. 증상이 있으면 의료진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