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가 먹먹한 느낌, 어디까지 평범한 변화일까
“샤워만 하면 귀 안이 꽉 막힌 것처럼 먹먹해, 볼륨을 올려야 TV 소리가 들려.” 동료가 환절기 아침마다 이렇게 말한 적이 있습니다. 귀지가 꽉 차서 소리가 먹먹하게 들려요 라는 말은 이 계절에 유독 자주 듣게 되는 호소입니다.
귀지는 외이도 피부를 보호하고 세균 침입을 막아주는 자연스러운 분비물입니다. 평소에는 턱 움직임이나 피부 자연 탈락에 의해 저절로 바깥쪽으로 밀려 나오는 구조이기 때문에, 가볍게 귀 입구만 닦아주는 정도로도 충분한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이 자연 배출 기능이 떨어지면서 귀지가 쌓이는 비율이 뚜렷하게 올라갑니다.
국외 보건통계 조사를 보면 12세 이상 전체에서는 약 18.6%, 70세 이상에서는 32.4%까지 귀지매복이 나타난다고 보고되어 있습니다.[1]
즉 70대 이상이라면 귀가 자주 먹먹해지는 느낌을 노화만의 문제로 단정하기보다 귀지 상태를 먼저 확인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환절기 건조함과 온도차가 귀지를 딱딱하게 만드는 과정
가을과 겨울 사이, 난방을 시작하면서 실내 습도는 빠르게 떨어집니다. 외이도 피부도 다른 피부처럼 건조해지면 귀지에 포함된 수분이 줄어들고, 말랑했던 귀지가 딱딱한 덩어리로 변하기 쉽습니다.
굳은 귀지는 턱 움직임만으로는 잘 밀려 나오지 않고, 외이도 안쪽에 그대로 눌러앉습니다. 여기에 실내외 온도차가 큰 날이 이어지면 혈관 반응으로 외이도 피부가 한 번 더 자극을 받으면서 가려움이 심해지는 경우도 흔합니다.
미세먼지나 꽃가루가 많은 날에는 귀 주변을 긁거나 비비는 행동이 늘어나는 것도 변수입니다. 손가락이나 면봉으로 가려운 부위를 누르다 보면 귀지를 안쪽으로 더 깊이 밀어 넣는 결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목도리, 마스크 끈, 이어폰을 자주 벗었다 끼웠다 하는 습관도 귀 주변을 건드리는 횟수를 늘리는 요인입니다.
건조한 실내와 먼지 많은 날, 관리 방법은 달라집니다
같은 환절기라도 어떤 환경에 노출되느냐에 따라 귀지가 쌓이는 속도와 양상이 달라집니다. 아래처럼 상황별로 생기기 쉬운 변화와 도움이 되는 습관을 구분해두면 관리하기 수월합니다.
실내가 건조한 사무 공간에서 하루 대부분을 보낸다면 가습과 보습 중심 관리가 더 맞고, 야외활동이 많아 먼지와 땀에 자주 노출된다면 외출 직후 귀 주변을 가볍게 정리하는 습관이 더 맞습니다.
다만 귀지연화제나 세정액도 모든 사람에게 똑같이 작용하지는 않습니다. 외이도가 좁거나 구불구불한 경우에는 오히려 안쪽까지 닿지 않아 생각보다 덜 풀리기도 합니다.
면봉으로 파내면 괜찮다는 생각, 다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귀지는 더럽고 매일 제거해야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흔한 오해입니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귀지는 외이도를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과도하게 자주 파내는 습관이 오히려 피부를 자극합니다.
면봉을 깊이 넣어 직접 제거하는 습관도 마찬가지입니다.
의료 매체 보도를 보면 귀이개를 깊숙이 넣어 직접 제거하다가 외이도에 상처가 생겨 세균 감염이나 출혈, 심한 경우 고막 손상으로 이어진 사례가 전해진 바 있습니다.[2]
면봉은 오히려 귀지를 안쪽으로 밀어 넣는 도구가 되기 쉽고, 외이도 피부에 작은 상처만 생겨도 세균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됩니다. 시중 귀 세정액 역시 만능 해결책은 아니며, 피부염이나 중이염이 있는 경우에는 사용 전 상태 확인이 필요합니다.
이런 증상이 겹치면 진료를 고려해볼 시점입니다
먹먹함이 하루이틀 만에 가라앉는다면 큰 의미를 두지 않아도 괜찮지만, 다음과 같은 신호가 함께 나타난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 귀 먹먹함이 일주일 이상 이어지는 경우
- 통증이나 열감이 함께 나타나는 경우
- 분비물이나 냄새가 동반되는 경우
- 어지럼증이나 이명이 겹쳐서 나타나는 경우
- 자가 세정 이후 증상이 오히려 심해지는 경우
이비인후과에서는 귀 내시경으로 외이도와 고막 상태를 먼저 확인한 뒤, 굳은 귀지는 전용 기구나 미온수 세척으로 제거합니다. 귀지가 심하게 굳어 있으면 연화제를 넣고 10분 이상 불리는 과정을 먼저 거치며, 한 번에 다 풀리지 않아 두세 차례 나눠 처치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