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으로 프리랜서 일한 지 좀 됐는데, 가끔은 회사 안 다녀도 직장에서 겪는 감정이 그대로 오더라고요. 오늘도 아침부터 메신저 알림이 계속 와서 자리도 제대로 못 비웠어요. 분명 혼자 일하는데도 “지금 잠깐 통화 가능하세요?” 이 말 한 줄 뜨면 괜히 자세 고쳐 앉게 됨. 출근길은 없는데 출근한 기분은 있고, 상사는 없는데 눈치 볼 일은 또 생기고요. 이게 웃긴 게, 프리랜서는 자유로울 거라고 많이들 생각하는데 막상 일 들어오면 회사원이랑 크게 다를 것도 없더라고요.

오늘 제일 묘했던 건, 수정 요청이 세 번이나 뒤집힌 일이었어요. 처음엔 A 방향으로 가자고 해서 거의 다 맞춰놨는데, 중간에 다시 B가 낫다고 하더니 마지막엔 원래 A 느낌이 좋았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거 한두 번이 아니긴 한데, 매번 “처음부터 그렇게 말해주지” 싶은 마음이 생김. 그렇다고 티 내기도 애매해서 네네 하고 다시 손보는데, 그러다 보면 일이 힘들다기보다 사람이랑 맞춰가는 과정에서 기운이 빠져요. 회사 다니는 분들이 왜 회의하고 나면 더 피곤하다고 하는지 이제 좀 알겠더라고요.

그래도 재택의 장점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에요. 잠깐 창문 열어놓고 바람 쐬거나, 커피 내려서 멍 때릴 수 있는 건 확실히 도움이 될 수 있어요. 다만 문제는 그 짧은 쉬는 시간에도 머릿속에 아까 받은 피드백이 계속 맴돈다는 거죠. 퇴근 버튼이 없으니까 일 끝나도 일 생각이 자연스럽게 이어짐. 오히려 사무실처럼 물리적으로 끊기는 공간이 있는 게 나을 때도 있겠다 싶었어요.

혹시 여기 직장 갤 보는 분들 중에 재택이나 프리랜서 해본 분 있나요? 저는 혼자 일하면 인간관계 스트레스는 줄 줄 알았는데, 형태만 바뀌었지 결국 비슷한 종류의 피로는 남는 것 같네요. 다들 이런 수정 요청이나 메신저 압박 같은 거 어떻게 넘기시는지 좀 궁금합니다. 제가 유난인 건지, 원래 다 이런 건지 갑자기 궁금해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