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쪽에서 약국 연 지 이제 꽤 됐는데요. 처음 내려올 때만 해도 다들 시골은 좀 느긋하지 않냐고 했었어요. 저도 반은 그렇게 생각했지요. 환자 수도 도시만큼 몰리진 않을 테고, 사람들 얼굴 익히면서 오래 가면 되겠다 싶었는데, 막상 해보니 제일 무서운 건 손님이 적은 날이 아니라 너무 조용한 날이 길어지는 거더라고요.
시골은 한번 흐름이 꺾이면 회복이 진짜 더딥니다. 근처 의원 원장님 한 분이 진료 시간을 조금 바꾸셨는데, 그 영향이 생각보다 컸어요. 오전에 오던 분들이 점심 지나서 몰리기 시작하니까 약국도 덩달아 꼬이고, 반대로 오전엔 사람 그림자도 안 보일 때가 생기고요. 도시였으면 다른 유입이 좀 섞일 텐데 여긴 그게 아니에요. 딱 그 동네 생활 동선 안에서 끝나버리니 하루 매출이 시간표 하나에 흔들리더라고요.
더 답답한 건, 환자분들은 약국 사정을 전혀 모르신다는 거예요. 그건 당연한 건데, 막상 안에 있는 사람은 조용한 두 시간 동안 계속 계산만 하게 되지요. 아 오늘은 왜 이러지, 지난주랑 뭐가 달라졌지, 재고 더 들인 거 괜찮았나 ㅠㅠ 이런 생각만 빙빙 돌아요. 바쁠 땐 몸이 힘들고, 한가할 땐 마음이 더 힘들더라고요. 저는 오히려 그게 더 오래 갔어요.
한번은 감기약 쪽으로 미리 조금 넉넉히 잡아놨다가 타이밍이 비껴서 꽤 묶인 적이 있었어요. 금액 자체보다도, 이 동네에선 그런 판단 한 번이 오래 남습니다. 잘못 들인 물건은 바로 다른 데서 털어낼 데도 마땅치 않고요. 창고 쪽 볼 때마다 괜히 한숨 나오고 ㅋㅋ 그 뒤로는 재고 하나 넣을 때도 예전처럼 쉽게 못 넣겠더라고요. 소심해진다고 해야 하나요.
개국이란 게 밖에서 보면 간판 걸고 자리 잡는 얘기 같아도, 안에 들어오면 결국 버티는 리듬 싸움이더군요. 큰 사건이 있어서 힘든 게 아니라, 별일 없는 날들이 계속 이어질 때 사람을 지치게 해요. 저도 요즘은 하루 잘 나왔다고 들뜨지도 않고, 좀 비었다고 크게 놀라지도 않으려 합니다. 그렇게 마음 눌러놓는 게 제일 어렵더라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