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 치위생사로 일한 지 꽤 됐는데도 가끔은 진짜 예상 밖의 순간에 멘탈이 털리네요. 저는 스케일링 들어가기 전 설명만 드렸을 뿐인데 환자분이 갑자기 “아프면 책임지실 거예요?” 이렇게 딱 물으시는 거예요. 순간 얼어붙었다가 최대한 웃으면서 불편할 수 있는 부분은 중간중간 조절해드리겠다고 말씀드렸어요. 사실 이런 말 한마디가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바쁜 타임에 들으면 심장이 철렁해요. 저희는 매일 똑같이 하는 일 같아 보여도 사람마다 예민한 포인트가 너무 달라서 늘 긴장하게 되거든요.

오늘은 오전부터 예약도 촘촘했는데 체어는 계속 차고, 원장님 콜은 겹치고, 보호자 설명까지 한꺼번에 몰려서 진짜 정신이 하나도 없었어요. 어떤 분은 대기 10분만 넘어도 표정이 확 바뀌시고, 어떤 분은 진료 끝나고 나서는 또 엄청 고맙다고 하셔서 그 말에 겨우 살아나요. 특히 어린 환자 진정시키는 날은 제 목소리 톤도 평소보다 두 배는 올라가는 것 같아요. 괜찮아~ 금방 끝나요~ 해놓고 정작 저는 끝나면 진이 다 빠져서 물부터 찾게 되네요. 발랄하게 버티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되는 듯요.

근데 제일 힘든 건 몸보다 감정 소모인 것 같아요. 환자분들은 잠깐 보고 가시지만 저희는 그 분위기를 하루 종일 이어받잖아요. 괜히 한 분 예민하게 다녀가시면 다음 체어 들어갈 때까지 기운이 축 처져요. 그러다가 또 협조 잘해주시는 분 만나면 금방 풀리고요. 그래서 요즘은 제가 너무 예민해졌다 싶으면 잠깐이라도 호흡 고르고, 설명할 때 말투를 더 천천히 하려고 해요. 그런 게 서로 덜 지치게 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겠다 싶더라고요.

의료종사자 라운지 계신 분들도 이런 감정 기복 있으신가요? 특히 치과 쪽은 좁은 공간에서 계속 응대하니까 더 그런 것 같은데, 다들 멘탈 관리 어떻게 하세요. 저만 유독 퇴근하면 말 한마디도 하기 싫어지는 건지 궁금하네요. 오늘도 밝은 척은 했는데 속으로는 아주 그냥 하소연 백 번 했습니다. 초저녁달은 내일도 출근합니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