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오래 일했다고 하면 다들 강철 멘탈일 것 같다고 하던데, 솔직히 그런 건 아니에요. 저는 그냥 놀랄 틈 없이 다음 일을 하는 사람에 가까웠어요. 보호자 한 분은 당장 왜 순서가 이러냐고 화내고, 한쪽에서는 구급차 들어오고, 다른 쪽에서는 퇴원 설명 다시 해달라고 부르고. 정신없다는 말로도 모자라죠. 근데 신기한 건 그런 와중에도 진짜 급한 사람 얼굴은 보여요. 말투가 세든 조용하든, 표정이랑 호흡, 움직임 보면 아 이쪽부터 봐야겠다 감이 와요. 물론 그 감이라는 것도 결국 수없이 깨지고 혼나면서 생긴 거고요.

제일 힘든 건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사람 마음이 한꺼번에 몰릴 때예요. 아픈 사람은 불안하고 보호자는 답답하고, 의료진은 시간에 쫓기고. 여기서 한마디 잘못 나가면 그날 분위기 끝장나는 거 다들 아시죠. 저도 초반에는 설명 길게 한다고 해결되는 줄 알았는데, 오히려 짧고 정확하게 말하는 게 더 도움이 될 수 있더라고요. “지금은 검사 먼저 가는 게 맞아요”, “의사 선생님 오시면 바로 연결할게요”, “기다리시는 이유는 이거예요.” 이런 식으로요. 괜히 예쁘게 돌려 말하면 더 불안해하는 경우 많았어요.

기억나는 날이 하나 있는데, 밤근무 때 젊은 보호자가 계속 예민하게 굴어서 다들 좀 지쳐 있었거든요. 근데 나중에 수납 쪽 지나가다가 혼자 울고 있는 걸 봤어요. 그때 아, 저 사람도 지금 겁에 질렸구나 싶더라고요. 그래서 다시 가서 상황만 딱 정리해서 말해줬어요. 괜찮다고 한 건 아니고, 지금 뭘 하고 있고 다음이 뭔지만요. 그랬더니 오히려 그 뒤로는 조용했어요. 응급실에서는 친절도 중요하지만, 예측 가능하게 만들어주는 게 훨씬 클 때가 있는 것 같아요. 그게 서로한테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근데 반대로 저도 사람이라 어느 순간 확 지칠 때가 있어요. 특히 연달아 폭언 듣고, 식사도 못 하고, 차팅 밀리면 괜히 내가 왜 여기 있나 싶죠. 그래서 요즘은 후배들한테도 무조건 참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말해요. 선 넘는 보호자 대응은 팀으로 가야 하고, 감정 정리는 각자 방법 하나씩은 있어야 버텨요. 저는 끝나고 집 가는 길에 아무 말도 안 듣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고요. 여기 계신 분들은 응급실에서 멘탈 털리는 날, 어떻게 추스르세요? 오래 버틴 분들 방식이 진짜 궁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