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 전공의 하면서 제일 자주 드는 생각이, 내가 지금 버티는 게 맞나 아니면 괜히 오래 끌고 있나 이거였습니다. 당직 끝나고 퇴근 비슷하게 하고 나면 몸은 분명 지쳤는데, 이상하게 마음이 더 지칩니다. 환자 보는 일 자체는 아직도 의미 있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그거랑 별개로 시스템 안에서 계속 닳는 느낌은 또 다르더라고요. 연차 얘기만 꺼내도 스케줄표부터 떠오르고, 누가 대신 메워야 하나 생각하게 되니까 쉬는 것도 쉬는 것 같지가 않았습니다.

저는 원래 연차는 아프거나 집안일 있을 때만 겨우 쓰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냥 숨 좀 돌리려고 하루 쉬고 싶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마음 자체에 죄책감이 붙으니까 더 피곤했습니다. 다들 비슷하게 버티는 분위기라서 저만 유난 떠는 건가 싶기도 했고요. 막상 선배들 보면 남아서 전문의까지 가는 분도 있고, 중간에 지역 ○○병원이나 검진 쪽으로 옮기는 분도 있어서 더 헷갈립니다. 어느 쪽이 맞다기보다, 사람마다 버틸 수 있는 방식이 다른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이직도 진지하게 고민 중입니다. 사실 예전에는 이직 생각하면 그냥 도망치는 기분이라 입 밖으로 꺼내기도 싫었는데, 이제는 꼭 그렇게만 볼 일은 아닌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견딜 수 있는 노동 강도, 생활 패턴, 앞으로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따져보는 것도 결국 현실적인 판단이 될 수 있으니까요. 다만 막상 움직이려니 경력 흐름 애매해질까 걱정되고, 괜히 여기서 조금만 더 버티면 나아질 수도 있지 않을까 싶은 마음도 있습니다. 이런 고민 자체가 번아웃 신호일 수도 있어 보여서, 잠깐 거리 두는 시간이 도움이 될 수 있어요.

혹시 여기 계신 분들 중에 연차 제대로 써보고 생각 정리되신 분 있는지, 아니면 ○○대학병원 나오고 다른 트랙으로 옮겼다가 후회 없으셨는지 궁금합니다. 무조건 그만두겠다는 건 아닌데, 그냥 다들 어떻게 판단하셨는지 현실적인 얘기를 듣고 싶습니다. 요즘은 버티는 게 답인지, 방향을 바꾸는 게 답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괜히 월요일만 되면 닉값하는 기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