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 당직이 유난히 빡세서 셋째 날 들어가니까 정신이 좀 이상합니다. 새벽에 콜 두 개 연달아 받고 처치 들어갔다가 나오니까 또 다른 병동에서 부르고. 잠은 토막으로 자고 밥은 거른 지 오래고.

그러다 보면 판단이 무뎌지는 게 스스로도 느껴져요. 평소 같으면 바로 떠올랐을 게 한 박자 늦게 오고. 이게 제일 무서운 부분이라 일부러 더 천천히 확인하면서 가는데 그러면 또 시간이 밀리고.

아침에 인계 끝내고 집에 가는 길에 멍하니 서 있다가 신호 바뀐 줄도 모르고 한참 있었어요. 누가 경적 울려서 정신 차렸는데 내가 지금 이 상태로 환자를 봤구나 싶으니까 좀 그렇더라구요. 누구한테 힘들다고 말하기도 애매한 게 다들 그렇게 사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