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급실에서 오래 일하다 보니까 별일을 다 겪었는데, 요즘 제일 솔직하게 힘든 건 업무량 자체보다도 “왜 우리 가족부터 안 봐주냐”, “지금 바로 검사하면 안 되냐”, “아까보다 더 아파 보이는데 왜 대기냐” 같은 말을 계속 듣는 순간들이에요.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급하고 불안하니까 그럴 수 있다고 머리로는 이해해요. 근데 현장은 진짜 순서대로가 아니라 위중도대로 움직이거든요. 겉으로 멀쩡해 보여도 먼저 들어가야 하는 사람이 있고, 반대로 엄청 불안해 보여도 조금 기다려도 되는 경우가 있어요. 이걸 설명하는 데 에너지를 너무 많이 써요.
그리고 응급실은 생각보다 “간단한 일 빨리 해결하는 곳”으로 오해받는 경우도 많아요. 밤이라 동네 병원 문 닫았으니까, 당장 수액 하나 맞고 가면 되지 않나, 검사만 빨리 하고 싶다 이런 식으로요. 물론 그런 마음 충분히 이해하는데, 응급실은 기본적으로 급한 사람부터 보는 구조라서 본인이 느끼는 불편과 시스템이 맞지 않을 때 충돌이 커져요. 그때 욕 먹는 건 거의 현장 직원이고요. 의사가 설명해도 안 풀리는 감정이 간호사한테 쏟아질 때가 제일 진빠져요. 진짜 화살받이 느낌 들 때 많아요.
더 답답한 건, 다들 의료진이 무심해서 늦는다고 생각하는 분위기예요. 근데 안쪽에서는 한 명이 갑자기 처지면 사람 손이 통째로 그쪽으로 몰리고, 원래 하던 일은 줄줄이 밀려요. 그 와중에 다른 환자 호출, 보호자 질문, 전화, 서류, 처치 준비가 한꺼번에 와요. 실수 없이 버티는 것만으로도 겨우인 날이 있어요. 저도 최대한 차분하게 설명하려고 하지만, 솔직히 사람이라 지칠 때는 목소리 톤 하나 관리하는 것도 어렵더라고요. 그래서 가끔은 “내가 불친절해진 건가” 자책도 해요.
현장 있는 분들은 이런 부분 어떻게 버티세요? 그냥 그러려니 넘기는 게 답인지, 아니면 설명 방식 자체를 바꿔야 덜 부딪히는지 궁금해요. 저는 요즘 짧고 단호하게 말하는 게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어 보여서 그렇게 해보는 중인데, 또 어떤 분들은 너무 차갑게 느낄 수도 있겠다 싶어요. 응급실 오래 계신 분들 있으면, 진상 대응 말고 진짜 내 멘탈 안 갈아 넣는 방법 좀 듣고 싶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