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전약국에서 근무하다 보면 밖에서 보는 이미지랑 실제 체감이 꽤 다르더라고요. 저는 처방이 몰리는 시간대가 제일 버겁긴 한데, 단순히 바빠서 힘든 것보다도 한 분 한 분 설명은 충분히 드리고 싶은데 현실적으로 시간이 너무 촉박할 때 마음이 제일 무거워요. 대기하시는 분은 많고, 앞에서는 접수 들어오고, 뒤에서는 조제 확인해야 하고, 중간에 복약 관련 질문까지 겹치면 머리는 계속 돌아가는데 말은 더 또박또박 해야 하니까 그게 은근히 소모가 크더라고요.

특히 보호자분이나 어르신이 약 이름이랑 용법을 헷갈려하실 때는 설명을 더 천천히 드려야 도움이 될 수 있는데, 옆에서 기다리는 분들 시선이 느껴지면 저도 괜히 조급해질 때가 있어요. 사실 약국에서는 한마디 차이로 이해도가 달라질 수 있어서 그냥 빨리 넘기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그렇게 하면 안 되잖아요. 그런데 또 설명을 길게 드리면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일이냐"는 반응이 나올 때도 있어서, 현장에서는 이 균형 잡는 게 생각보다 어렵더라고요.

그리고 문전약국 특성상 특정 과 처방이 몰리다 보니, 환자분들은 약국도 병원의 연장선처럼 느끼시는 경우가 많아요. 그래서 병원 진료 과정에서 생긴 불만까지 약국에서 한꺼번에 듣게 되는 날도 있는데, 저희가 바로 해결해드리기 어려운 부분도 많아서 참 답답해요. 괜히 약국에서 퉁명스럽게 응대하는 것처럼 보일까 봐 더 조심하게 되고요. 결국 친절해야 한다는 걸 모르는 게 아니라, 계속 긴장 상태로 응대하다 보면 감정 체력도 꽤 빨리 닳는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