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성인 되고 한참 지나서야 ADHD 얘기 들었거든요. 솔직히 처음엔 좀 허무했어요. 그냥 내가 원래 덤벙대고 산만한 성격인 줄만 알았는데, 왜 이렇게 할 일 앞에서 멍해지고 사소한 실수 반복하는지 어느 정도 설명이 되더라고요. 저는 활달한 편이라 겉으로는 멀쩡해 보인다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집에 오면 머릿속이 늘 탭 20개 켜진 상태였어요. 근데 늦게라도 알고 나서 꾸준히 관리해보니까 “성격이 갑자기 바뀌었다” 이런 느낌보다는, 생활이 덜 무너진다는 쪽으로 달라졌어요.

제일 크게 달라진 건 시작하는 힘이 좀 생긴 거예요. 예전엔 청소 10분 할 것도 마음속에서만 하루 종일 끌다가 결국 못 했는데, 요즘은 아예 할 일을 엄청 잘게 쪼개놓고 알람이랑 메모를 같이 써요. 처음엔 이런 게 무슨 소용인가 싶었는데, 저처럼 생각 튀는 사람한테는 의외로 도움이 될 수 있어요. 그리고 병원 다니면서 제 패턴을 계속 말로 정리해보는 것도 꽤 컸어요. “나는 왜 이 시간만 되면 집중이 깨지지?” 같은 걸 알게 되니까, 스스로 덜 미워하게 되더라고요. 예전엔 실수하면 바로 “또 망했다”였는데, 지금은 “아 오늘은 관리가 좀 흔들렸네” 정도로 넘어가요.

그리고 인간관계도 은근 달라졌어요. 말 끊기, 약속 까먹기, 답장 미루기 같은 걸 예전엔 죄책감만 쌓아뒀는데, 요즘은 미리 적어두거나 바로 처리하는 습관을 붙이는 중이에요. 완벽하진 않은데 확실히 덜 꼬여요. 물론 꾸준히 한다는 게 제일 어렵긴 해요. 며칠 잘하다가 또 흐트러지기도 하고요. 그래도 예전처럼 아예 손 놓는 횟수는 줄었어요. 혹시 저처럼 늦게 진단받고 “이제 와서 뭐가 달라지나” 싶었던 분들 있으면, 거창한 변화보다 생활이 조금 덜 힘들어지는 방향으로 기대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요. 다른 분들은 꾸준히 관리하면서 뭐가 제일 먼저 달라졌는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