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오전에 동네 정신건강의학과 다녀왔어요. 사실 예약 잡아놓고도 전날 밤까지 갈지 말지 엄청 망설였어요. 괜히 내가 유난 떠는 건가 싶기도 했고, 막상 들어가서 무슨 말을 해야 하나 싶어서요. 근데 막상 가보니까 제가 혼자서 머릿속으로 키워놨던 두려움보다는 훨씬 덜 무서웠어요. 접수하고 기다리는 동안엔 좀 긴장됐는데, 의사 선생님이 제 얘기를 끊지 않고 들어주시는 편이라 그거 하나만으로도 마음이 조금 풀리더라고요.
저는 요즘 출근만 하면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고, 퇴근하면 아무것도 못 할 정도로 방전돼서 갔거든요. 그냥 “힘들어요” 한마디로는 설명이 안 되는 이상한 축 처짐 같은 게 계속 있었어요. 상담하면서 최근에 잠은 어떤지, 밥은 잘 먹는지, 회사에서 어떤 순간이 제일 버거운지 차근차근 물어봐주셨고, 그 과정에서 저도 제가 생각보다 오래 참았다는 걸 알게 됐어요. 진료 한 번으로 갑자기 괜찮아지는 건 아니겠지만, 적어도 “내가 게으르거나 이상한 게 아니라 진짜 지친 상태일 수 있구나” 하고 받아들이는 데는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약 얘기도 조금 들었는데, 저는 약에 대한 거부감이 있어서 솔직하게 말씀드렸어요. 그러니까 무조건 먹으라고 밀어붙이는 느낌은 아니고, 왜 고려할 수 있는지 설명해주시는 쪽이었어요. 그게 좀 안심됐어요. 병원 다녀왔다고 바로 해결된 건 없는데, 이상하게 마음 한구석이 조금 덜 외로워졌달까. 혼자 끙끙대는 것보다 누군가한테 현재 상태를 말로 꺼내보는 것만으로도 도움이 될 수 있겠더라고요. 혹시 저처럼 병원 가는 거 망설이는 분 있으면, 완벽하게 정리해서 말하려고 하지 말고 그냥 지금 힘들다는 상태 그대로 가도 되지 않을까 싶어요. 다들 처음 갈 때 어땠는지도 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