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제가 강아지 훈련시키는 줄 알았거든요. 산책 나가면 사람만 보면 멈추고, 다른 강아지 보이면 흥분하고, 집 들어오면 물그릇 엎고 ㅠㅠ 그래서 간식도 바꿔보고 리드줄도 짧은 거 긴 거 다 써봤어요. 근데 해보니까 장비보다 제 패턴이 더 문제였더라고요. 저는 기분 좋을 때는 목소리 높아지고, 피곤한 날은 빨리 걷고 싶어서 줄을 확 당겼고요. 얘는 그걸 그대로 읽고 있었던 거고요.
특히 산책 시작 5분이 제일 차이 컸어요. 예전엔 엘리베이터 문 열리자마자 바로 출발했는데, 그때부터 이미 애가 텐션이 끝까지 올라가 있었어요. 그래서 요즘은 현관 앞에서 잠깐 앉았다가, 저 먼저 한 발 나가고, 줄 당기면 안 가고, 줄 느슨해지면 다시 걷는 식으로 했어요. 이게 말은 쉬운데 진짜 귀찮아요 ㅋㅋ 출근 늦을 때는 저도 막 조급해지니까요.
근데 신기한 게 간식 많이 쓰는 날보다 제가 속도 일정하게 걷는 날이 훨씬 낫더라고요. 예전엔 보상 타이밍 맞추겠다고 손에 간식 쥐고 계속 신경 썼는데, 오히려 애가 제 손만 봤어요. 지금은 냄새 맡는 시간 조금 주고, 흥분 올라오기 전에 방향만 툭 바꿔요. 이 방식이 저한텐 더 맞았어요. 반응이 늦는 성격이면 복잡한 방식보다 단순한 게 덜 꼬여요.
한 번은 아파트 앞에서 다른 강아지 보고 난리 나길래 창피해서 그냥 안고 들어온 적도 있었는데, 그날 이후로 더 심해졌어요. 그래서 그다음부터는 민망해도 안 안았어요. 거리부터 벌리고, 진정되면 다시 걷고, 안 되면 짧게 끝내고 들어오고. 그게 며칠 쌓이니까 갑자기 얌전해진 건 아닌데 적어도 폭발하는 횟수는 줄었어요. 저는 즉효 있는 방법이 제일 좋은 줄 알았는데, 반려동물 쪽은 그게 제일 함정 같아요.
결국 얘 일상 바꾼다기보다 제 버릇 고치는 쪽이 더 빨랐어요. 산책도 운동이라기보다 서로 호흡 맞추는 느낌? 안티에이징 때문에 걷기 챙기던 사람으로서는 혼자 걸을 때보다 심박수는 덜 올라가는데, 예민함은 확실히 내려가더라고요. 웃긴 게 강아지가 차분해진 만큼 저도 덜 급해졌어요. 요즘은 산책 다녀오면 얘보다 제가 더 안정돼 있음 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