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다녀오면 이상하게 그날은 더 예민했었어요. 진료 보고 나오면 마음은 좀 놓이는데 몸은 바로 안 따라오더라고요. 괜찮아진 줄 알았다가 집 가는 버스에서 갑자기 숨 신경 쓰이고, 괜히 심장 뛰는 것 같고. 예전엔 병원만 다녀오면 끝난 줄 알았는데 저한텐 그 뒤가 더 중요했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는 병원 갔다 온 날엔 다른 일정 안 잡았어요. 예전에 멋모르고 진료 끝나고 장도 보고 카페도 들렀다가 집 와서 완전 뻗은 적 있었거든요 ㅠㅠ 사람 많은 데서 계속 긴장하고 있었던 건데 그때는 그것도 몰랐어요. 그 뒤로는 그냥 바로 집 왔어요. 괜히 부지런 떨지 말자 이런 식으로요.

집 오면 제일 먼저 약 봉투랑 다음 예약 날짜부터 다시 봤었어요. 병원에서는 알겠다고 끄덕였는데 집 오면 기억이 좀 흐릿해질 때가 많았거든요. 식후인지, 불안할 때만 먹는 건지, 용량이 바뀐 건지 그거부터 확인해두면 좀 덜 흔들렸어요. 냉장고에 자석으로 붙여놓거나 메모장에 적어두는 식으로 했었고요. 별거 아닌데 그날 밤에 다시 불안 올라오는 걸 꽤 막아줬어요.

그리고 병원에서 들은 말을 집에서 혼자 곱씹는 시간도 있었어요. 선생님이 별말 안 했는데도 제가 혼자 의미를 크게 붙일 때가 많았거든요. 표정이 어땠나, 왜 그 말을 했나, 약 늘린 게 많이 심해서 그런가 이런 식으로요 ㅋㅋ 그럴 때는 일부러 해석 안 했어요. 그냥 오늘 다녀왔다, 다음엔 이때 간다, 지금은 집이다. 딱 여기까지만 생각했었어요.

저한텐 병원 다녀온 후 관리가 거창한 게 아니었어요. 바로 집 가기, 메모 보기, 그날은 조용히 있기. 이 세 개만 해도 다음날이 좀 달랐어요. 한동안은 내가 왜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싶었는데, 공황은 그런 사소한 틈에서 다시 튀어나오더라고요. 그래서 지금도 진료 있는 날은 일부러 비워둬요. 좀 심심해도 그게 낫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