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문 열면 제일 먼저 달려오던 애가 있었는데요. 요즘은 그 몇 초가 제일 버겁습니다. 신발 벗는 동안에도 괜히 고개를 숙이게 돼요. 예전처럼 바닥 한번 보고, 이름 한번 부르게 되고요. 없다는 걸 알면서도 또 그러네요. 진짜 사람 좀 이상하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별거 아니던 일상이 다 걸립니다. 물그릇 놓던 자리, 소파 모서리에 붙은 털, 새벽에 한 번씩 깨서 이불 끝 만지던 습관 같은 거요. 그때는 귀찮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그 귀찮음까지 너무 그립네요. 집이 이렇게 조용할 수 있나 싶고, 조용한데도 머릿속은 더 시끄럽고요 ㅠㅠ

주변에서는 시간 지나면 괜찮아진다고 하는데 저는 그 말이 제일 안 들어옵니다. 괜찮아지고 싶지도 않은 날이 있어요. 괜찮아지면 진짜 멀어질까 봐 좀 무섭습니다. 그냥 오늘도 평소처럼 밥 먹고 씻고 누웠는데, 그 평소가 이제 없다는 게 너무 싫네요. 아직은 자꾸만 그 애가 있던 쪽으로 눈이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