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현관문 열면 제일 먼저 하던 게 신발 벗는 게 아니라 바닥 보는 거였어요. 우리 강아지가 늘 문 앞까지 와 있었거든요. 발에 채일까 봐 조심조심 들어오던 게 습관이었는데, 떠나고 나서도 한동안은 똑같이 했어요. 집은 조용한데 몸만 먼저 반응하더라고요. 진짜 별거 아닌 동선 하나가 이렇게 안 없어질 줄 몰랐어요 ㅠㅠ
애가 있을 때는 그게 그냥 일상이었어요. 제가 가방 내려놓으면 자기 장난감 하나 물고 와서 툭 떨어뜨리고, 제가 옷 갈아입는 동안은 방문 앞에 엎드려 기다리고요. 물 마시는 소리, 바닥 타닥타닥 걷는 소리, 밤에 자리 옮기는 소리까지 전부 너무 익숙했는데, 없어지고 나니까 집이 갑자기 넓어진 느낌이 들었어요. 같은 집인데 다른 집 같고... 그게 제일 이상했어요.
한동안은 일부러 TV도 켜놓고 잤어요. 너무 조용해서요. 근데 또 어느 날은 소파 옆에 걔가 늘 누워 있던 자리 보다가 그냥 멍하게 한참 있었어요. 청소하면서 털 한 가닥 나오면 버리질 못하겠더라고요. 남들이 보면 뭐 저걸 싶을 텐데, 저는 그게 진짜 마지막 같아서. 이런 얘기 어디 가서 길게 하기도 좀 그렇잖아요. 여기서는 다들 알 것 같아서 적어봐요.
제일 많이 생각나는 건 특별한 날이 아니라 그냥 평범한 날들이에요. 비 오는 날 산책 못 가서 둘이 창밖만 보던 거, 제가 늦잠 자면 침대 밑에서 한참 기다리다 결국 코로 툭 건드리던 거. 그런 사소한 장면들이 자꾸 남아요. 그래서 더 힘든 것 같기도 하고요. 엄청 대단한 추억 하나보다 매일 반복되던 것들이 사람을 오래 붙잡는구나 싶어요.
요즘도 가끔 퇴근하고 문 열 때 아주 잠깐 기대해요. 아 이제 없지, 하고 바로 알면서도요. 그 몇 초가 아직은 좀 아파요. 근데 그 습관이 완전히 사라지면 그것도 또 서운할 것 같아요. 그래서 그냥 그대로 두고 있어요. 아직은 현관 들어오면 바닥부터 봐요. 그게 우리 집에서 걔랑 살았던 시간이었으니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