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보내고 나서 제일 오래 남은 장면이 뭐였냐면, 마지막 날보다도 그 전 며칠이더라고요? 평소처럼 밥그릇 앞에 가서 앉아 있는데 먹는 속도가 좀 느렸어요. 저는 그냥 날이 더워서 그런가 했고, 산책도 잠깐 나갔다 금방 들어오길래 나이 타나 보다 했거든요. 같이 살면 다 아는 줄 알았는데, 맨날 본다는 게 오히려 더 못 보게 만드는 것도 있나 봐요.

걔는 원래 작은 소리에도 귀 먼저 쫑긋하던 애였는데, 그때는 제가 현관문 열고 들어가도 반응이 반 박자 늦었어요. 근데도 저는 그걸 이상하다고 딱 잡아내질 못했어요. 이상한데? 싶다가도 금방 평소처럼 꼬리 흔들면 아 괜찮네 하고 넘겼고요. 지금 생각하면 걔는 계속 신호를 줬던 건데, 제가 제 기준으로만 괜찮다 아니다를 정했던 거죠.

병원 가던 날도 되게 선명해요. 이동장 안에서 낑낑대지도 않고 그냥 조용히 있더라고요. 그게 더 무서웠어요. 원래 겁 많던 애가 힘이 없으니까 무서워할 기운도 없었던 거잖아요. 그때 처음 알았어요. 말 못 하는 애를 키운다는 건 밥 주고 씻기고 예뻐하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소한 다름을 끝까지 의심하는 일이구나 싶더라고요. 귀찮을 만큼 유난 떠는 쪽이 훨씬 나았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저는 걔 키우면서 뭘 알게 됐냐고 하면, 사랑하면 당연히 잘 알게 되는 거 아니냐는 말이 꼭 맞진 않더라고요? 좋아하는 마음이 커도 놓치는 건 놓치고, 미안한 건 나중에 한꺼번에 오더라고요. 오히려 잘 보려면 더 천천히 봐야 했던 것 같아요. 오늘 눈빛이 어떤지, 물 마시는 속도가 어떤지, 안아봤을 때 체온이 좀 다른지 그런 거요.

아직도 가끔 집 들어가면 발톱 소리 들릴 것 같고 그래요 ㅠㅠ 근데 제일 자주 떠오르는 건 예쁜 순간보다도 제가 늦게 알아챈 순간들이에요. 그게 마음 아프긴 한데, 그만큼 걔가 끝까지 저한테 자기 몸으로 말을 하고 있었다는 뜻 같아서요. 그때는 못 알아들었지만, 지금은 알 것 같거든요. 같이 산다는 건 그런 신호를 배우는 시간이기도 한 거 아니었나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