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문 열면 아직도 제일 먼저 바닥부터 보게 됨. 현관 앞에서 미끄러지듯 달려오던 발소리가 너무 익숙해서, 없다는 걸 알면서도 몸이 먼저 찾더라구요. 사료 그릇은 치웠는데 물그릇 자국은 한동안 못 닦았어요. 별거 아닌데 그 동그란 자국 하나 없어지면 진짜 끝나는 느낌이라... 그게 왜 그렇게 무서웠는지 모르겠네요 ㅠㅠ
같이 살 때는 몰랐어요. 내가 움직이는 동선마다 걔가 다 껴 있었다는 걸. 화장실 앞까지 따라오고, 소파에 앉으면 꼭 다리 한쪽에 붙어 있고, 밤에 뒤척이면 한 번씩 한숨 쉬던 거. 그런 게 다 소음처럼 남아 있는데 집은 너무 조용해서 오히려 시끄러움. 진짜 답답한 건, 시간이 좀 지나면 괜찮아진다는데 저는 아직 그 말도 짜증나요. 안 괜찮은데 뭘
산책 시간만 되면 아직도 시계 보게 돼요. 비 오면 오늘은 못 나가겠네 하고 생각했다가 바로 멍해짐. 편의점 들렀다가도 습관처럼 간식 코너 쳐다보고, 아 맞다... 하고 멈추는 게 하루에 몇 번씩 있어요. 이런 걸 언제까지 반복하나 싶고 좀 지치네요. 내가 이렇게까지 허전해할 줄은 몰랐음 ㅋㅋ 근데 웃긴 게 아니라 그냥 너무 빈 느낌
사진 정리도 못 하고 있어요. 보면 보고 싶어서 힘들고, 안 보면 내가 얘를 빨리 밀어내는 사람 같아서 그것도 싫고. 그래서 맨날 애매하게 폰만 들여다보다가 끄고 그럼. 그냥 요즘은 일상이 다 중간에서 걸린 느낌이에요. 살아야 하니까 사는 건 하는데, 집에 오면 다시 멈춤. 아직은 진짜 그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