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데려왔을 때 나는 솔직히 좀 우습게 봤었음. 밥 잘 먹이고 예방접종 챙기고 산책만 시키면 되는 거 아닌가 싶었지. 이건 상식인데, 사람들 대부분이 반려동물을 너무 감상적으로만 본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같이 살다 보니까 제일 어려운 건 건강관리도 훈련도 아니고, 얘가 보내는 아주 미세한 신호를 매일 읽어내는 일이더라. 논문에서도 스트레스 시그널은 대개 행동 변화로 먼저 드러난다고 하잖아. 그걸 집에서 실제로 보는 건 완전 다른 얘기였음.

우리 애가 원래 물그릇 소리만 나도 달려오던 애였는데, 어느 날부터 물 마시는 횟수가 애매하게 줄었음. 안 마시는 건 아닌데, 뭔가 리듬이 달라졌달까. 먹는 양도 비슷하고 산책도 나가니까 주변에서는 예민하다고 했지. 근데 나는 원래 그런 쪽 데이터를 좀 보는 편이라, 화장실 가는 횟수랑 자는 자세까지 며칠 적어봤음. 남들이 보면 유난인데, 이런 건 유난이 아니라 관찰임. 같이 살면 그 개체의 베이스라인을 아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 병원에서 검사하고 나서야 아, 내가 괜히 본 게 아니었구나 싶었지.

그 뒤로는 예뻐하는 방식이 조금 바뀌었음. 많이 안아주고 좋은 간식 주는 게 애정의 전부가 아니더라. 얘가 오늘 소파 밑으로 들어가 쉬고 싶어 하면 그냥 두는 거, 평소보다 눈빛이 가라앉아 있으면 괜히 장난 안 거는 거, 산책 나가서 냄새 맡는 시간을 재촉 안 하는 거. 이런 사소한 게 더 크더라고. 말 못 하는 존재라서 더 세심해야 한다는 말, 다들 하긴 하는데 실제로 해보면 그게 얼마나 품이 드는지 알게 됨. 좀 냉정하게 말하면 사랑도 결국 관찰력 없으면 반쪽짜리임.

마지막 무렵에 제일 많이 떠오른 것도 특별한 날이 아니었음. 여행 가고 사진 많이 찍은 날보다, 그냥 부엌 앞에서 엎드려서 내가 물 끓이는 소리 듣던 모습 같은 거. 그때는 그런 평범한 장면이 평생 갈 줄 알았지 ㅠㅠ 근데 지나고 나니까 내가 배운 건 하나였음. 반려동물 키우면서 알게 된 점이 뭐냐고 하면, 생명을 돌본다는 건 감정이 깊은 사람인 척하는 게 아니라 매일의 작은 변화를 귀찮아하지 않는 거라는 거. 그걸 좀 늦게 제대로 알았네.

그래서 아직도 가끔 후회함. 더 빨리 눈치챌 수도 있었던 거 아닌가, 그날 좀 더 오래 옆에 있을 걸 그랬나. 이런 생각 안 하는 척해도 남음. 그래도 같이 살던 동안 그 애를 대충 대한 적은 없었다는 건 말할 수 있겠더라. 나는 원래 아는 척 많이 하는 인간인데, 그 애 앞에서는 끝까지 다 모르는 사람이었음. 그게 좀 슬프고, 또 이상하게 고맙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