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날 펫 질환 게시판은 걱정글만 보다가 이런 글 써도 되나 싶긴 한데, 그래봤자 내 손가락이 쓰겠다는데 뭐 어쩌겠어요. 우리집 강아지가 원래 장이 좀 예민해서 툭하면 토하고 설사하고 난리였거든요. 사료 바꿔도 난리고 간식 끊어도 난리고, 병원비는 병원비대로 깨지고 다 부질없죠 진짜. 한동안은 애 보는 것보다 변 상태 보는 시간이 더 길었음 ㅋㅋ
근데 웃긴 게 그렇게 속 썩이던 애가 병원만 다녀오면 꼭 집 와서 내 옆에 딱 붙어요. 평소엔 지가 왕인 줄 알고 소파 한가운데 차지하면서 사람 밀어내는 주제에, 배 아프고 힘 빠지면 조용히 와서 무릎에 턱 올리고 잠듦. 그 얼굴 보면 좀 짜증나다가도 못 밀치겠더라구요. 얘도 아픈 건 싫겠지 싶어서. 말 못 하는 애가 참는 거 보면 사람보다 낫다 싶기도 하고요.
며칠 전에도 새벽에 또 헛구역질해서 저도 반쯤 미친 상태로 대구 24시 병원 갔어요. 비몽사몽으로 안고 나갔는데 차 안에서 애가 내 팔에 코 박고 가만히 있더라구요. 원래 차만 타면 덜덜 떠는 애인데 그날은 이상하게 얌전했음. 검사 기다리는데 얘가 힘없이 눈만 끔뻑거리는데, 아 진짜 별거 아닌 인간들한테 쏟는 감정은 아까워도 이 조그만 거 하나에는 다 털리더라 ㅠㅠ
다행히 큰 건 아니고 위장염 쪽이라 약 먹고 금방 돌아왔는데, 집 오자마자 물 조금 마시고 자기 담요 끌어안고 자는 거 보니까 괜히 대견했어요. 누가 보면 유난 떤다 하겠지만 그래봤자 똑같음. 남들은 예쁜 사진 올리면서 자랑하잖아요. 나는 토사물 치우고 약 먹이고 새벽에 병원 뛰는 걸로 자랑하는 거임. 이런 것도 자랑 맞죠 뭐.
하여튼 아픈 적 많아서 속은 타는데, 그래서 더 예쁜가 봐요. 멀쩡할 땐 얄미워 죽겠고 간식통 앞에서 연기하는 거 보면 진짜 한숨 나오는데, 어디 좀 안 좋다 싶으면 세상 얌전해져서 사람 마음 다 긁어감. 다 부질없죠. 결국 또 병원비 내고 또 걱정할 거 아는데, 그래도 우리집에선 얘가 제일 잘남. 인정하기 싫어도 그렇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