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보하던 아이 병원 한번 다녀오고 나서 제가 제일 크게 느낀 건, 진짜 치료는 집 와서부터였어요. 병원에서는 검사 받고 약 타오면 뭔가 끝난 느낌 들잖아요. 저도 처음엔 그런 줄 알았는데 애가 집 오자마자 축 처져 있으니까 괜히 더 불안하더라고요. 차에서는 얌전했는데 집 도착하니까 물도 안 먹고 구석만 찾고... 아 괜히 데리고 나갔나 싶을 정도로요 ㅠㅠ

그날 제가 제일 먼저 한 건 그냥 조용하게 두는 거였어요. 이것저것 해주고 싶은 마음은 큰데, 병원 냄새 맡고 낯선 사람들 만나고 이동까지 했으니 애 입장에선 엄청 피곤했겠더라고요. 그래서 자리 따뜻하게 해주고 불빛 좀 줄이고, 자꾸 안아보려던 것도 참았어요. 특히 입양이나 임보 아이들은 아직 긴장 많은 경우가 있어서, 돌아온 날은 예뻐해주는 것보다 건드리지 않는 게 더 낫던데요 저는.

약 먹이는 것도 생각보다 쉽지 않았어요 ㅋㅋ 병원에서는 잘 먹을 거라 했는데 집에 오니 입 꾹 다물고 버티더라구요. 그래서 간식에 숨겼다가 실패하고, 습식에 섞었다가 냄새 맡고 안 먹고... 결국 시간 좀 두고 진정됐을 때 아주 조금씩 먹였어요. 그때 느낀 게, 아픈 애한테 제가 급하면 더 꼬인다는 거. 밥이든 약이든 한 번에 해결하려 들면 서로 스트레스만 커졌어요.

그리고 화장실이랑 물 먹는 양을 제가 유난이다 싶을 만큼 봤어요. 애가 말 못 하니까 병원 갔다 온 뒤엔 작은 변화가 더 크게 보이더라고요. 평소보다 소변이 너무 적다거나, 토할 듯 입맛 다시는 거, 계속 숨는 거 이런 게 은근 신경 쓰였어요. 저는 메모까지 해뒀어요. 시간 지나면 기억이 섞여서 다음에 병원 다시 갈 때도 설명이 애매해지더라구요. 그때 적어둔 게 꽤 도움 됐어요.

무엇보다 저는 병원 다녀온 날만큼은 훈련이고 적응이고 다 내려놨어요. 소파 올라오면 안 되는 아이였는데 그날은 그냥 올려뒀네요 ㅋㅋ 옆에 붙어만 있어도 덜 떠는 게 보이니까 규칙이 뭐가 중요하나 싶더라구요. 하루 지나고 나서야 표정이 좀 풀리고, 물도 마시고, 다시 간식 찾는데 그때 진짜 안심했어요. 병원 한 번 다녀오면 끝이 아니라 집에서 애 기분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꼭 필요하더라구요. 저처럼 처음엔 괜히 더 호들갑 떨 수 있는데, 조용히 지켜보는 게 제일 어려우면서 제일 중요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