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약 먹는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지겠나 싶었어요. 무릎은 늘 비슷하게 아프고, 특히 앉았다 일어날 때 찌릿한 건 맨날 있던 거라서요. 병원에서 처방받고도 며칠은 그냥 시큰한가 보다 했는데, 이상하게 저녁만 되면 몸이 덜 예민해지는 느낌이 있더라고요. 아픈 데가 없어졌다 이건 아닌데, 계속 신경이 곤두서 있던 게 조금 풀리는 식이었어요.

저는 밤에 화장실 한번 다녀오면 다시 눕는 게 제일 싫었거든요. 무릎을 접었다 펴는 그 순간이 참 귀찮고 아파서 ㅠㅠ 괜히 잠도 확 깨고요. 그런데 약 먹고 나서는 그 동작이 완전히 편해진 건 아닌데, 예전처럼 이를 악물고 일어나진 않았어요. 그게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사람 기분이 달라져요. 밤새 뒤척이는 횟수도 좀 줄고, 아침에 일어날 때 얼굴이 덜 붓는 것 같고요.

대신 속이 좀 묘한 날은 있었어요. 빈속에 먹었을 때는 괜히 메스껍고 입맛도 없고... 저는 원래 약 먹는 걸 별로 안 좋아해서 더 그랬는지도 모르겠어요. 그래서 꼭 뭐라도 한 숟갈 먹고 챙겼어요. 한번은 깜빡하고 늦게 먹었더니 그날은 또 무릎이 금방 존재감이 커지더라고요 ㅋㅋ 아픈 데는 참 자기주장이 세요. 조용하다가도 틈만 나면 티를 내니까.

희한했던 건 계단 내려갈 때였어요. 올라가는 건 원래도 숨 차는 게 더 컸는데, 내려갈 때 무릎이 덜 후들거리는 날이 생겼어요. 그게 매일 그런 건 아니고, 어떤 날은 괜찮고 어떤 날은 또 별로고. 그래도 장보러 갔다 와서 소파에 털썩 앉을 때 예전처럼 아휴 오늘도 못 살겠다 이런 소리가 조금 덜 나왔어요. 그 차이가 저는 제일 반가웠어요.

약 먹는다고 사람이 부지런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안 아프면 미뤄둔 걸 괜히 더 하게 돼서, 서 있다가 저녁에 다시 욱신거리고... 그러면 또 혼자 성질나요. 덜 아프다고 괜찮은 줄 알고 움직인 제가 바보 같고요. 그래도 예전처럼 무릎이 하루를 통째로 잡아먹는 느낌은 좀 약해졌어요. 저는 그 정도만으로도 숨통이 트였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