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 때문에 검사 다시 받으러 갔는데 다녀오고 나서 제일 크게 든 생각이 뭔가 했더니, 아 내가 몸 아픈 것도 서러운데 기다리는 동안 더 지친다는 거였음. 아침부터 좀 뻐근한 상태로 갔는데 접수하고 앉아 있는 시간부터 허리가 슬슬 올라오더라. 서 있기도 애매하고 앉아 있기도 애매한 그 느낌 있잖아요가 아니라 진짜 그냥 자세를 뭘 해도 불편한 그거. 앞사람들 이름 계속 불리는데 나는 안 불리고, 괜히 예민해져서 시계만 봤음.
막상 들어가서는 내가 요즘 어떤 식으로 아픈지, 앉아 있을 때 심한지 걸을 때 심한지 얘기했는데 내가 느끼는 불편함이랑 병원에서 말하는 기준이랑 살짝 안 맞는 느낌이 있었음. 나는 분명 일상에서 꽤 거슬리는데 설명 듣는 순간엔 아직 엄청 심각한 단계는 아니라는 식으로 들려서 순간 멍했음. 안심이 되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속 시원한 것도 아니고. 괜히 혼자 엄살 부린 사람 된 기분이 좀 들더라 ㅠㅠ
검사 자체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는데, 누워 있다 일어날 때가 제일 짜증났음. 가만히 있을 땐 괜찮은 척 되다가 자세 바꾸는 순간 허리 밑으로 찌릿 오는 게 꼭 있음. 그거 한 번 오면 표정관리도 안 됨. 옆에 계신 분은 익숙한 듯 툭툭 말하는데 나는 속으로 아 예 이게 제일 싫다고... 싶었음. 별거 아닌 장면인데 그런 순간에 내가 환자구나 실감나는 게 은근 기분 이상함.
끝나고 나와서 결과 설명 들으면서도 솔직히 머리에 확 박히는 건 별로 없었음. 디스크 쪽 자극이 아예 없는 건 아닌데 수술 얘기까지 갈 정도는 아니고, 당장 할 수 있는 건 약이랑 물리치료랑 자세 조심 이런 쪽. 듣고 있으면 맞는 말인데, 이미 조심하면서 사는 사람 입장에선 그 말이 제일 맥 빠짐ㅋㅋ 뭘 더 어떻게 조심하라는 건지. 차라리 확실하게 이건 하지 마라 저건 해라 이런 게 있었으면 좋겠는데 꼭 애매하게 남음.
병원 나오고 근처 편의점에서 커피도 못 사고 그냥 물만 하나 사서 차에 앉아 있었음. 검사까지 받고 나면 속이 좀 시원할 줄 알았는데 오히려 더 찝찝했음. 아픈 게 사라진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크게 뭘 찾은 것도 아닌 느낌. 오늘은 허리보다 그 허무한 기분이 더 오래 갔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