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과에서 약 타 먹기 시작한 지 몇 달 됐는데, 처음엔 솔직히 “약 좀 먹는다고 뭐가 그렇게 달라지겠어” 싶었거든요. 근데 바뀌긴 바뀌네요. 드라마틱하게 사람이 새로 태어나는 건 아니고, 되게 소소한 데서 티가 나요. 예전엔 아침에 일어나도 몸이 덜 깬 느낌으로 꾸역꾸역 움직였는데, 요즘은 그 묵직한 느낌이 조금 덜해졌어요. 물론 완전히 멀쩡한 건 아니고, 40대 몸이 어디 갑자기 20대처럼 돌아오겠어요. 노안 온 눈으로 약 봉투 글씨 더듬어 읽는 제 모습 보면 아직도 현실감 아주 충만합니다.
그리고 식후 복용이 생각보다 사람을 규칙적으로 만들더라고요. 예전엔 밥 시간도 들쭉날쭉하고 커피로 대충 버티는 날도 많았는데, 약 먹으려면 밥부터 챙겨야 하니까 생활이 약간 교정되는 느낌? 몸이 좋아진 건지, 약 때문에 내가 억지로 사람답게 살게 된 건지 가끔 헷갈립니다. 그래도 속이 덜 불편하고 오후에 축 처지는 게 좀 줄어서 저는 그 부분은 도움이 될 수 있었어요. 대신 입이 마르거나 속이 약간 더부룩한 날도 있어서, 좋은 점만 있는 건 아니더라고요.
주변에선 약 먹기 시작하면 괜히 겁부터 내는 사람도 있던데, 저도 처음엔 그랬어요. 괜히 오래 먹어야 하나 싶고, 이러다 약 없으면 못 버티는 몸 되는 거 아닌가 싶고. 근데 의사한테 들은 설명대로 기록해보면서 먹으니까 적어도 제 몸 상태를 이전보다 더 신경 쓰게 되긴 했어요. 전에는 그냥 “오늘 좀 피곤하네” 하고 넘기던 걸, 지금은 수면이 문제인지 식사가 문제인지 약 먹는 시간이 꼬인 건지 한 번 더 보게 되더라고요. 아이러니하게 약 때문에 오히려 제 몸을 덜 무심하게 대하게 됐습니다.
혹시 여기 내과 갤에도 비슷하게 약 복용하면서 생활 습관이나 컨디션 체감 바뀐 분 있나요? 저는 몸이 확 좋아졌다기보다, 나빠지는 속도를 좀 붙잡은 느낌에 가까웠어요. 이런 것도 충분히 의미가 있을 수 있겠다 싶고요. 다만 증상이나 약 종류마다 다를 수 있으니, 이상 반응 있으면 혼자 참고 버티기보다 병원에 다시 물어보는 게 도움될 수 있어요. 저처럼 약 먹기 전엔 한참 망설였던 분들 있으면, 어떤 점이 제일 달라졌는지 궁금하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