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속이 꾸르륵거리고 명치가 묵직해서 동네 내과 갔거든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있는데 작은 글씨 문진표가 벌써 안 보여서 폰 카메라 켜고 확대함... 내가 이 나이에 위도 삐걱대고 눈도 삐걱대고 아주 세트메뉴더라 ㅋㅋ
겨우 들어갔는데 증상 얘기 시작하자마자 스트레스 있냐, 늦게 먹냐, 커피 마시냐. 아니 그 셋 중 하나도 안 걸리는 40대가 어딨냐고요. 숨 쉬듯 사는 게 스트레스인데. 배가 아프다니까 인생 전반을 반성하게 만드는 분위기라 좀 웃겼음. 웃긴데 안 웃김. 의사 말은 틀린 것도 아닌데 듣고 있으면 내가 위장이 아니라 생활 전체를 말아먹은 사람 같음ㅠㅠ
약 처방 받고 나왔는데 속은 여전히 더부룩하고 기분만 더 처짐. 약봉투 글씨도 작아서 또 팔 뻗고 봄. 이젠 약 먹으면서 돋보기부터 찾아야 하나 싶고. 몸은 하나씩 고장 나는데 회사는 멀쩡한 척 앉아 있으라 하고, 병원 갔다 와도 속 시원한 말 한마디는 없고. 늙는다는 게 거창한 게 아니라 이런 식으로 사람 빈정 상하게 들어오는 건가 봄
집 와서 죽 먹는데 그것도 맛이 없더라. 위가 삐졌는지 사람까지 같이 삐짐. 오늘은 그냥 조용히 있는 게 낫겠다 싶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