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을 나서니 아스팔트 열기로 콜타르 냄새가 역겹다. 이게 추억의 향기이건만 환경에 따른 감성 변이일 테지. 60년대 내가 다녔던 중학교 가교사, 긴 나가노(長屋)식 교실은 1반부터 4반까지 붙어 있었다. 칸을 질러 4등분한 지붕에다 검은 콜타르를 입혔는데 겨울엔 바람이 말을 걸었다. 튀어나온 루핑 한 장이 바람을 막았다. 바람이 비키면 용을 쓰던 덮개가 패대기를 친다. “후다닥가, 후다닥가!” 국어 선생님은 남편을 전쟁터로 보내는 새색시의 울음소리라 했다.
나는 남편이 왜 후다닥 가야하는 지를 몰라서 질문을 했다.
“너그 아부지가 가족을 남겨두고 전쟁터로 간다고 생각해봐라. 얼매나 슬프겠노말이다.”
“선샘요, 우리 아부지는요, 제대했거등요.”
그해 연말, 중1 통지표에는 이런 글귀가 있었다.
[위 학생은 심리적 감정이 전무한 ‘심각단계’로 보호자와 대화를 요함]
그랬다. 나는 담임선생님과 참말로 감정이 없었다. 그래도 심각하다면 나보고 어쩌란 말이지?
그 무렵 스승과 어린 제자의 ‘감정’에 관한 전혀 다른 해석은 스무 살이 넘어서야 해결이 됐다. 감성을 읽으신 선생님께 감정을 계량하다니!
진료 얘기를 아내에게 간략히 일렀더니, 절제부위(S결장)를 담당의에게 설명했느냐며 되물었다.
아차, 그걸 빼먹다니! 다음 주에 내시경 약제 받을 때 얘기하기로 하고, 우선 딴전을 피워 오는 비나 피하자. “소나기 한바탕 오면 시원하겠다!”
오늘은 감성부재, 심각단계... 그 무렵 담임 선생님은 참말로 명의였다.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