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이상하게 뭐 하나를 오래 못 보겠더라고요. 음악도 그렇고, 영상도 그렇고, 심지어 사람 마음도 다들 너무 빨리 넘어가는 느낌? 저도 평소엔 집에 있는 거 좋아해서 혼자 LP 틀어놓고 이것저것 정리하는 시간이 제일 편한 사람인데, 가끔은 그 조용한 시간마저 자꾸 뭔가에 쫓기듯 흘러갈 때가 있어요. 분명 좋아서 시작한 건데도 한 곡 끝나기 전에 딴 생각하고, 휴대폰 한 번 들여다보고, 괜히 더 재밌는 게 있나 찾게 되고요.
근데 며칠 전에 비 오는 밤에 예전에 사둔 인디 앨범 한 장을 오랜만에 꺼내서 처음부터 끝까지 그냥 듣는데, 갑자기 좀 진정되는 기분이 들었어요. 음질이 엄청 선명해서라기보다, 중간에 못 넘기고 가만히 듣게 되는 그 시간이 저한텐 필요했던 것 같아요. 요즘은 다 빠르고 편한 쪽으로 가는데, 이상하게 저는 조금 불편한 방식에서 마음이 정리될 때가 있더라고요. 바늘 올리고, 먼지 한 번 털고, 앞면 다 들으면 뒤집고. 그런 사소한 순서들이 생각보다 사람을 붙잡아주는 것 같아요.
나이 들어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냥 제가 원래 느린 쪽 인간이라 그런 건지 모르겠는데, 요즘은 “좋아한다”는 것도 집중력이 필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자주 해요. 음악 좋아한다고 해놓고 정작 흘려듣기만 하면 내가 뭘 좋아했던 건지도 흐릿해지잖아요. 사람 관계도 비슷한 것 같고요. 자극적인 건 많은데 오래 남는 건 별로 없는 느낌. 그래서인지 최근엔 뭔가를 빨리 더 많이 소비하는 것보다, 하나를 오래 곁에 두는 쪽이 더 소중하게 느껴져요.
저만 이런 생각 드는지 궁금하네요. 다들 요즘 마음 복잡할 때 일부러 천천히 하는 루틴 같은 거 있으세요? 꼭 LP 아니어도, 괜히 나를 다시 원래 속도로 돌려놓는 방법 같은 거요. 저는 당분간은 밤에 조명 조금만 켜두고 한 장씩 돌려보려고요. 별거 아닌데 그런 시간이 은근히 도움이 될 수 있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