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좀 웃긴 게, 예전엔 게임이 그냥 현실 도피용이었다면 요샌 오히려 게임하다가 현실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됨. 분명 롤 한 판 하려고 켰는데 끝나고 나면 “내 인생 운영이 더 망한 거 같은데?” 이런 생각 듦. 게임에선 맵도 보고 타이밍도 재고 오브젝트 계산도 하는데, 정작 과제 제출일은 맨날 막판에 확인함. 내 현실 캐릭터만 유독 기본 스킬이 없는 느낌임. 남들 다 취업 준비, 대외활동, 자격증 이런 거 차곡차곡 쌓는데 나는 아직도 “이번 학기부터 진짜다”만 n회차 찍는 중.

그리고 사람 만나는 것도 비슷한 거 같음. 게임에선 처음 보는 사람이랑도 금방 떠들고, 한 판 잘 맞으면 바로 듀오각 나오는데 현실에선 괜히 말 한마디 더 하는 것도 에너지 씀. 웃긴 건 디코에선 개드립 자동발사 되는데, 학교에선 교수님 앞에서 “네…” 원툴 됨. 진짜 내 사회성도 핑 차이 있는 듯. 서버만 바꾸면 텐션 올라갈 수 있는 거 아니냐. 가끔은 내가 게임을 좋아하는 건지, 게임 안에서의 내가 좀 더 편해서 계속 들어가는 건지 헷갈릴 때도 있음.

근데 그렇다고 게임이 무조건 시간 낭비라고 하기도 애매한 게, 스트레스 풀리는 건 분명 있고, 친구들이랑 같이 웃는 시간도 꽤 큼. 특히 별거 아닌 장면에서 다 같이 터질 때 있잖음. 진지하게 레이드 도는데 한 명이 어이없게 낙사해서 분위기 박살나는 순간 같은 거. 그런 거 보면 아 이 맛에 하지 싶기도 함. 현실은 너무 빡빡하게 굴러가는데, 게임은 적어도 “졌네 ㅋㅋ 다음 판” 이라도 되니까 숨 돌릴 틈은 주는 느낌? 물론 다음 판 가서 더 박을 수도 있지만 그건 또 별개의 비극이고.

암튼 요즘 드는 생각은, 다들 각자 버티는 방식 하나쯤은 들고 사는 거 같다는 거임. 누군 운동하고 누군 술 마시고 누군 게임하고. 나는 당분간 게임 못 끊을 거 같긴 한데, 그래도 현실 퀘스트도 조금은 같이 밀어야 하지 않나 싶음. 맨날 일일 미션만 깨지 말고 메인 스토리도 좀 봐야 되는데 그게 제일 어렵네. 나만 이런 생각 드는 건지 궁금함. 다들 게임할수록 현실 생각 많아지냐, 아니면 그냥 내가 너무 과몰입한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