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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반려동물 보호자가 동물병원에서 가장 자주 듣는 고민 중 하나가 외이염이다. 머리를 흔들거나 귀를 긁고, 불쾌한 냄새가 나면서 귀지의 양이 갑자기 늘어나는 모습은 많은 보호자들이 경험하는 익숙한 장면이다. 특히 강아지는 평생 한 번 이상 외이염을 겪는 경우가 대부분이며, 고양이 역시 귀진드기나 알레르기 때문에 귀 문제가 흔하게 나타난다. 그러나 외이염을 단순히 ‘귀 속 감염’ 정도로 여겨 치료를 미루거나 임의로 관리하다 재발을 반복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외이염을 정확히 이해하고 올바르게 관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외이도는 사람과 달리 수직이도와 수평이도가 직각으로 꺾여 있는 구조다. 이 L자형 구조는 통풍이 잘되지 않아 귀 속에 들어간 습기나 분비물이 배출되지 않고 머물기 쉽다. 이 때문에 세균과 곰팡이가 증식하기 가능한 환경이 만들어지고 염증이 반복되는 악순환이 생긴다. 여기에 알레르기, 귀진드기, 호르몬 변화, 이물질 등 주원인이 더해지면 염증은 쉽게 시작되고 심화된다.

문제를 키우는 요인도 존재한다. 귀가 많이 덮인 견종이나 귓속 털이 많은 품종은 통풍이 더 어려워 외이염 발생 위험이 높다. 잦은 목욕이나 수영처럼 귀를 자주 적시는 행동, 과한 귀 청소 역시 습한 환경을 만들거나 피부를 자극해 염증을 유발한다. 여기에 말라세지아 같은 곰팡이와 각종 세균 감염이 겹치면 귀지 색이 짙어지고 악취가 심해지며 통증이 동반된다. 염증이 오래 지속될수록 외이도가 두꺼워지고 중이염으로 진행되는 경우도 있어 치료가 더욱 어려워진다.

보호자가 알아차릴 수 있는 외이염의 신호는 비교적 명확하다. 반려동물이 머리를 흔들거나 귀를 비비고, 뒷발로 귀 주변을 반복적으로 긁는 행동은 대표 증상이다. 귀를 만졌을 때 통증 때문에 피하거나, 귀지 색이 검거나 누렇게 변하며 양이 늘어나는 것도 특징이다. 심한 경우엔 귀혈관이 파열돼 이개혈종이 생기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가 보이면 가능한 빠르게 동물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 한다.

외이염 치료의 핵심은 ‘정확한 원인 찾기’다. 검이경검사를 통해 외이도 부기와 귀 구조, 귀지 상태, 고막 이상 여부를 확인하고, 귀진드기 등 기생충 여부도 이 단계에서 파악한다. 재발이 잦거나 잘 낫지 않는 외이염의 경우 배양검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떤 세균이 존재하는지, 그 세균이 어떤 약에 잘 반응하는지, 곰팡이가 동반돼 있는지를 확인해 가장 효과적인 치료 계획을 세울 수 있다. 알레르기 평가 역시 필수다. 실제로 재발성 외이염의 상당수가 알레르기 질환과 연관돼 있어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치료는 한계에 부딪힌다.

치료는 단순 소독이 아니라 일정 기간 꾸준히 진행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3주 이상, 만성 외이염은 4주 이상 치료가 필요하다. 냄새나 귀지 양이 줄었다고 약을 중단하면 염증이 다시 악화되기 때문에 처방 기간을 끝까지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치료 과정은 전문적인 귀 세정, 균 종류에 맞춘 항생제·항진균제·소염제 점이제 사용, 필요 시 항생제 감수성 검사, 외이도가 좁아진 경우 스테로이드 병용, 알레르기 동반 시 피부·환경 관리 등이 병행된다.

집에서 할 수 있는 예방관리도 중요하다. 가장 기본적인 원칙은 면봉 사용을 피하는 것이다. 면봉은 귀지를 제거하는 대신 안쪽으로 밀어 넣어 염증을 악화시킬 수 있다. 귀 세정은 세정제를 충분히 넣은 뒤 귀 아래 부분을 1분가량 부드럽게 마사지하고, 반려동물이 스스로 털어내도록 하는 방식이 적절하다. 목욕 후에는 귀를 충분히 건조시키고, 귀가 덮이는 견종은 환기 시간을 자주 확보해 습기를 줄여야 한다.

외이염은 반복될수록 반려동물에게 통증과 스트레스를 주고, 치료 기간도 길어지며 중이염 같은 합병증을 일으킬 위험도 커진다. 단순한 귀병이 아니라 피부 상태, 알레르기, 귀 구조 등 여러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질환이라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꾸준한 관리가 재발을 막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반려동물이 귀를 긁거나 머리를 흔드는 작은 행동도 도움을 요청하는 신호일 수 있다. 그 신호를 빠르게 알아채는 것이 보호자의 역할이자 가장 확실한 치료의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