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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나이가 든 반려견과 반려묘에서 보이는 행동 변화는 단순한 노화의 징후로 치부되기 쉽다. 하지만 수의학계에서는 이를 인지기능장애증후군, 즉 노령성 치매의 신호로 해석하며 보다 세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수원동물병원 김방실 원장은 노령 동물의 인지 저하는 뇌 자체 문제만이 아니라 장건강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고 설명한다. 그는 “장과 뇌는 하나의 축처럼 연결돼 있어 장내 균형이 무너지면 뇌 기능도 동시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노령에 접어든 반려동물의 위장관은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한다. 위산과 소화효소 분비는 감소하고 장벽세포의 재생 속도도 늦어진다. 그 과정에서 영양 흡수는 떨어지고 장내 유익균은 줄어들며 부패균이 점차 우세해진다. 이때 생성되는 독성 대사산물은 장벽이 약해진 노령 동물의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져 뇌와 간에 부담을 준다. 김 원장은 “독성물질의 축적은 신경염증을 일으키고 시간이 지나면 기억력 저하, 방향감각 감소, 밤낮이 바뀌는 행동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며 장노화가 인지기능 저하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주목받는 개념인 ‘장-뇌 축’은 장내 미생물이 신경전달물질 생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며 뇌 기능을 직접적으로 조절한다는 연구 흐름을 반영한다. 장내 유익균은 세로토닌과 도파민 같은 신경전달물질 전구체를 만들어 감정·수면·기억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노령기에 들어 염증이 증가하면 뇌의 미세교세포가 과활성화되고 산화스트레스가 높아져 치매와 유사한 병적 변화가 진행될 가능성이 커진다.

인지기능을 지키기 위한 영양 관리에도 변화가 요구된다. 김 원장은 노령 동물에게 필요한 요소로 네 가지를 제시한다. 먼저 프리바이오틱스와 프로바이오틱스다. 이눌린, 프락토올리고당, 비트펄프 등은 유익균의 먹이가 되어 장내 균형을 바로잡고, 락토바실러스·비피도박테리움 같은 프로바이오틱스는 독성물질 생성을 억제해 장-뇌 축을 안정시키는 역할을 한다. 두 번째는 항산화 영양소다. 비타민E와 C, 코엔자임Q10, 알파리포산은 활성산소를 줄여 신경세포 노화를 늦추며, 폴리페놀·루테인·베타카로틴은 뇌혈관 기능을 돕는다. 여기에 L-카르니틴이 더해지면 에너지 생산 능력이 올라가 노령 뇌의 기능 유지에 유리하다.

중쇄지방산(MCT)과 오메가-3 지방산도 중요한 축이다. MCT는 케톤체 생성량을 높여 뇌세포의 대체 에너지원이 되며, 오메가-3 지방산(EPA·DHA)은 신경세포막을 보호하고 염증을 조절한다. 소화가 쉬운 가수분해 단백질과 장내 유익균의 먹이가 되는 저항전분 역시 장내 환경 개선과 에너지 효율에 도움을 준다.

영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생활 습관의 조정도 필요하다. 인지기능이 떨어지면 식사 의욕이 줄고 낯선 환경에서 혼란을 느낄 수 있어 식사량을 여러 번 나누고 따뜻한 음식으로 후각을 자극하는 것이 좋다. 규칙적인 식사 장소와 일정한 생활 패턴은 혼란을 줄여 안정감을 준다. 짧은 산책이나 간식 숨기기, 퍼즐 장난감과 같은 두뇌 자극 활동은 뇌혈류를 증가시켜 인지 유지에 도움이 된다. 충분한 수분 섭취는 장운동을 돕고 독성물질 순환을 줄여 뇌 부담도 감소시킨다.

“인지기능장애증후군은 완치가 어려운 퇴행성질환이지만 적절한 영양과 생활관리로 진행 속도를 늦출 수 있다”고 강조한다. 뇌는 자가재생 능력이 낮지만 에너지원 공급과 염증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질 경우 의외로 높은 회복탄력성을 보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먹는 것은 단순히 생존이 아니라 기억을 지키는 치료”라며 “소화가 잘되는 식단과 장내 균형 관리가 곧 뇌건강 관리의 핵심”이라고 조언했다. 노령 반려동물의 삶을 혼란이 아니라 평온으로 채우기 위해서는 장과 뇌를 함께 보는 통합적 관리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