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동물의 장례는 더 이상 일부 보호자만의 일이 아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반려동물 사망 경험이 있는 보호자의 70% 이상이 장례 절차를 거쳤으며, 이 중 절반 가까이가 전문 장묘시설을 이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처럼 함께 살아온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과정에서 ‘마지막 예의’를 지키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국내 법과 제도는 여전히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현행 법상 반려동물은 ‘생명’이 아닌 ‘재산’으로 분류된다. 이 때문에 장례 절차 또한 사람의 장례처럼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시설 관리나 위생 기준 역시 일관되지 않다. 동물보호법 제15조에 따라 ‘폐기물관리법상 동물사체 처리 규정’이 적용되지만, 이는 기본적으로 산업·농업 목적의 가축 폐사체 처리를 전제로 하고 있어 반려동물의 장례 문화와는 괴리가 크다.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는 장묘업체가 위법 소지를 안고 운영되거나, 보호자 동의 없이 사체가 단체 화장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 같은 문제는 단순한 행정 미비를 넘어, 보호자의 심리적 상처로 이어진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겨온 사람들에게 장례는 애도의 과정이자 관계의 마무리다. 하지만 관련 제도 부재로 인해 사체 처리 과정이 불투명하거나, 유골 반환 절차에서 분쟁이 발생할 경우 상실감은 분노로 바뀐다. 최근 몇 년 사이 지방자치단체를 중심으로 공영 반려동물 화장시설 설립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지만, 여전히 전국적으로 시설은 부족하고 지역 간 편차가 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