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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응급실은 아이들에게 낯설고 두려운 공간이다. 낯선 의료진, 삐 beep 소리가 들리는 기기, 주사와 통증에 대한 공포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불안이 높아진다. 그러나 최근 미국 인디애나대학교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은, 이 불안을 줄이는 새로운 방법이 ‘약’이 아닌 ‘개’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는 JAMA Network Open에 3월 14일자로 게재됐으며, 치료견을 기존의 아동심리치료(Child-life therapy)에 함께 활용했을 때 불안 완화 효과가 있는지를 평가했다. 연구를 이끈 인디애나대학교의 헤더 P. 켈커(Heather P. Kelker) 박사팀은 “치료견은 응급실의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아이에게 심리적 안전 신호를 보내는 매개체로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연구에는 5세부터 17세 사이의 불안을 호소하는 소아 80명이 참여했다. 참가자들은 무작위로 두 그룹으로 나뉘어, 한 그룹은 표준 아동심리치료만 받았고, 다른 그룹은 치료견과 핸들러가 함께하는 세션을 추가로 경험했다. 이 ‘치료견 그룹’은 약 10분 동안 반려견과 교감하며 쓰다듬거나 함께 시간을 보내도록 설계됐다.

그 결과, 치료견이 함께한 그룹에서 불안 완화 효과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아이들이 주관적으로 느끼는 불안 수준을 ‘FACES 점수’로 평가했는데, 점수가 2.5점 이상 감소한 비율이 치료견 그룹에서는 46%로, 대조군의 23%보다 두 배 가까이 높았다. 두 시간 후 평균 점수도 치료견 그룹이 3.0점으로, 일반 치료만 받은 그룹의 3.6점보다 낮게 나타났다.

흥미로운 점은 약물 사용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는 것이다. 진정제나 항불안제(케타민, 미다졸람, 로라제팜, 드로페리돌 등)를 투여받은 아동의 비율은 일반 치료군이 35%였던 반면, 치료견 그룹은 18%에 불과했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까지는 아니었지만, 약물 의존을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 결과로 평가된다.

연구팀은 아이뿐 아니라 보호자의 생리적 스트레스 지표도 함께 분석했다. 침 속 코르티솔 수치가 시간 경과에 따라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는데, 이는 치료견과의 짧은 교감이 단순한 심리적 위안이 아니라 실제 생리적 안정 반응을 유도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케르커 박사는 “짧은 시간이라도 아이가 치료견을 쓰다듬고 눈을 마주치는 경험은 감각적으로 안정감을 주며, 공포 상황에서 신체적 긴장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이는 약물이나 물리적 제약 없이 불안을 낮출 수 있는 비침습적 치료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동안 응급의료 환경에서 아동 불안을 완화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있었지만, 대부분 약물이나 행동 억제 중심이었다. 이번 연구는 치료견이라는 생명체의 존재가 단순한 ‘심리적 위로’를 넘어 실제 치료 효과를 유도할 수 있음을 과학적으로 입증한 첫 단계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병원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치료견 프로그램은 이미 일부 소아병원에서 실험적으로 운영되고 있으며, 향후 입원 병동이나 수술 전 진정 프로그램에도 확대 적용될 전망이다.

연구진은 향후 대규모 임상시험을 통해 치료견의 참여 시간, 환경, 연령대별 반응 차이 등을 추가 검증할 계획이다. 다만 연구팀은 “모든 아동이 개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개인의 성향과 알레르기 등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응급실이라는 긴박한 공간에서, 흰 가운을 입은 의료진과 함께 ‘네 발 달린 치료자’가 존재한다면 어떨까. 약 대신 따뜻한 눈빛과 부드러운 온기로 불안을 달래는 이 새로운 형태의 돌봄이, 아이들의 마음속 공포를 잠재우는 ‘가장 부드러운 치료제’가 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