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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봄이 다가오면 많은 사람들이 코막힘과 재채기, 눈 가려움에 시달린다. 그러나 최근 수의학계에서는 “꽃가루 알레르기는 사람보다 반려동물에게 먼저 나타난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다. 온난화로 인한 기후 변화가 식물 개화 시기를 앞당기면서, 반려동물들이 일찍이 알레르기성 피부염이나 호흡기 질환 증상을 겪는 사례가 급격히 늘고 있다.

특히 반려견은 코를 땅에 가까이 두고 냄새를 맡는 습성 때문에 꽃가루, 진드기, 곰팡이 같은 항원에 장시간 노출된다. 사람보다 피부 장벽이 얇고 피지선이 발달하지 않은 부위가 많아 알레르기 반응이 더 쉽게 일어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피부 가려움, 귀의 염증, 발바닥을 핥거나 긁는 행동이다. 이러한 증상이 반복되면 피부가 붉어지고 털이 빠지며, 2차 세균 감염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반려묘의 경우에는 호흡기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재채기, 콧물, 잦은 기침, 눈물 증가 같은 증상으로 시작해, 심한 경우 천식성 호흡곤란으로 발전할 수 있다. 꽃가루는 눈이나 점막을 통해도 쉽게 침투하기 때문에 실내 생활을 하는 고양이도 안전하지 않다. 창문 틈새나 사람의 옷에 묻어 들어온 꽃가루가 알레르기 반응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요 동물병원에서는 최근 몇 년 사이 알레르기성 피부염 진단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했다. 특히 3월에서 5월 사이 진료 건수가 집중되며, 일부 반려견은 계절이 끝난 뒤에도 만성 염증으로 고생한다. 수의사들은 봄철 외출 후 반려동물의 발바닥과 얼굴, 귀 주변을 깨끗이 닦아주는 습관이 필수라고 강조한다. 꽃가루가 묻은 채로 장시간 방치되면 피부 속 면역세포가 자극되어 알레르기 반응이 악화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알레르기 유발 항원을 정확히 찾는 ‘피부 반응 검사’나 ‘혈청 알레르기 항체 검사’를 통해 개인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졌다. 원인을 특정하면 알레르겐 회피 요법, 항히스타민제, 면역조절제, 오메가-3 보충제 등 다양한 치료 전략을 병행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자들이 임의로 연고나 사람용 약을 사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일부 항히스타민제나 스테로이드제는 동물의 대사 속도와 독성 반응이 달라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의 알레르기를 단순한 ‘계절성 가려움’으로 여기지 말고, 만성질환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반복되는 염증은 피부 면역 체계를 약화시키고, 장기적으로는 면역성 비염이나 만성 기관지염으로 발전할 수 있다. 정기적인 진료와 함께 환경관리, 실내 청결 유지, 고단백·저알레르기 사료로의 교체가 증상 완화에 도움이 된다.

기후 변화로 인해 꽃가루 농도는 해마다 증가하고 있으며, 알레르기 질환의 발생 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사람뿐 아니라 반려동물도 봄철 알레르기 관리의 대상이라는 인식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과 꾸준한 관리가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지키는 첫걸음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