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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항생제 내성균이 인간을 넘어 반려동물에게까지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와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견과 고양이에서 사람과 동일한 내성 유전자를 가진 세균이 다수 검출되며, ‘공동 전염(One Health transmission)’의 위험이 빠르게 커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에는 항생제 내성이 병원 감염의 영역으로만 여겨졌지만, 현재는 가정 내 반려동물과 사람 사이에서도 내성균이 서로 전이되는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특히 장내세균인 대장균(Escherichia coli)과 포도상구균(Staphylococcus aureus)은 사람과 동물 모두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으며, 항생제 내성 유전자를 공유할 가능성이 높다.

영국 리버풀대 연구진은 2024년 발표한 연구에서 “가정 내 반려견의 절반 이상에서 사람과 동일한 ESBL(광범위 베타락탐분해효소) 내성 대장균이 검출됐다”고 보고했다. 이러한 균주는 일반적인 항생제인 세팔로스포린이나 아목시실린으로는 치료가 어려우며, 사람에게 전이될 경우 요로감염이나 패혈증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다.

문제는 내성균이 단순히 ‘감염을 일으키는 병원균’이 아니라, 건강한 반려동물의 장 속에서도 조용히 공존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반려동물은 내성 유전자를 보유한 세균의 ‘저장소(reservoir)’ 역할을 하며, 이는 가족 구성원에게로 확산될 수 있는 경로가 된다. 전문가들은 특히 어린이, 노약자, 면역 저하자 가정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항생제 오남용 역시 심각한 문제다. 반려동물에게 항생제를 처방할 때 감염 부위나 균종에 대한 정확한 검사 없이 광범위 항생제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보호자는 잔여 약을 임의로 투약하거나 사람용 약을 나눠 쓰는 등 잘못된 사용 습관을 보이기도 한다. 이러한 행위는 내성균의 발생을 촉진하고, 향후 치료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동물 진료에서도 사람과 동일한 항생제 관리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감염의 원인을 정확히 진단한 후 세균배양검사 결과에 따라 표적항생제를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증상이 호전됐더라도 처방된 기간 동안 약을 완전히 복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손 위생, 배변 처리, 식기 세척 등 일상적인 위생관리만으로도 내성균 전파를 크게 줄일 수 있다.

세계동물보건기구(WOAH)는 “인간, 동물, 환경이 연결된 원헬스(One Health) 관점에서 항생제 내성 대응이 이뤄져야 한다”며, 반려동물 병원에서도 항생제 사용량 모니터링 시스템을 도입할 것을 권고했다.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가정이 늘어나는 만큼, 이제 항생제 내성 문제는 단순히 의료기관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일상 속 위생문화와 직결된 공중보건 과제로 인식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