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tockphoto-1318037007-612x612.jpg\"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수의응급센터와 동물병원에서 “강아지가 사람 약을 먹었다”는 보호자들의 긴급 문의가 급증하고 있다. 감기약, 진통제, 수면제, 항우울제 등 사람이 흔히 복용하는 약물들이 반려동물에게는 치명적인 독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동물의 체중과 대사 능력은 인간과 전혀 다르기 때문에, 사람에게 안전한 약이라도 소량 섭취만으로 중독·간부전·신경 마비가 발생할 수 있다.

 

서울의 한 응급동물병원에서는 최근 진통제 아세트아미노펜(타이레놀 성분)을 삼킨 반려견이 호흡곤란과 청색증으로 내원하는 사례가 보고됐다. 반려견의 체중이 5kg에 불과했지만, 보호자가 떨어뜨린 500mg 한 알만으로도 급성 간손상이 발생했다. 같은 약물은 고양이에게는 더욱 치명적이다. 고양이는 아세트아미노펜을 해독하는 효소가 없어, 극미량만 섭취해도 혈액 내 산소운반이 방해되고 사망에 이를 수 있다.

 

문제는 이런 사고 대부분이 ‘보호자의 부주의’에서 비롯된다는 점이다. 약을 식탁 위나 침대 협탁에 두는 습관, 플라스틱 케이스를 장난감으로 착각하는 반려견의 행동 특성, 혹은 보호자가 임의로 반려견에게 사람 약을 나눠주는 행위 등이 모두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특히 최근 고령 보호자들이 복용하는 만성질환 약물(혈압약, 당뇨약, 수면제 등)의 종류가 늘면서, 동물의 약물 노출 가능성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

 

수의학계에서는 “약물 오남용은 단순 사고가 아닌, 가정 내 안전문화 부재에서 비롯된 심각한 문제”라고 경고한다. 미국 ASPCA(동물학대방지협회)에 따르면 매년 접수되는 반려동물 중독 신고의 약 15%가 사람용 약물로 인한 사고다. 국내에서도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반려동물 응급 중독사례 통계에 따르면, 의약품 중독이 전체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한다.

 

특히 진통제,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수면제 등 중추신경계에 작용하는 약물은 치명률이 높다. 반려견이 카페인, 니코틴, ADHD 치료제 등을 섭취한 경우에는 몇 분 내로 경련, 구토, 체온 상승, 부정맥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즉시 병원에 데려가지 않으면 회복이 어렵다.

 

전문가들은 약물 보관습관 개선이 최우선 과제라고 조언한다. 사람용 약은 반드시 밀폐된 용기에 담아 반려동물의 접근이 불가능한 높은 곳에 보관하고, 복용 후 즉시 뚜껑을 닫아야 한다. 떨어진 알약은 바로 수거하고, 쓰레기통에도 약물 포장지를 함께 버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또한 반려동물이 약을 삼켰을 때는 억지로 토하게 하지 말고, 약 종류와 섭취량, 시간을 가능한 정확히 파악해 즉시 수의사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수의독성학 전문가들은 “사람의 의약품은 반려동물에게 절대 안전하지 않다”며 “소량이라도 중독을 일으킬 수 있음을 인식하고, 가정 내 약물 관리 습관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여기는 사회라면, 약 하나의 관리 습관이 생명과 직결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