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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우리 뇌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거나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때, 도파민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영상으로 확인됐다. 독일 마인츠대학병원 연구팀이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을 통해 인지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 수행 중 도파민이 실제로 분비되고, 그 양이 많을수록 과제가 더 효율적으로 처리된다는 점을 밝혀냈다.

이번 연구는 핵의학 분야 권위지인 《저널 오브 뉴클리어 메디신(The Journal of Nuclear Medicine)》 3월호에 실렸으며, 도파민이 단순히 ‘쾌락 호르몬’이 아니라 ‘사고의 유연성’을 결정짓는 핵심 신경전달물질임을 분자 수준에서 처음으로 입증했다.

인지 유연성은 변화하는 환경에 따라 사고나 행동을 조정할 수 있는 능력으로, 인간의 ‘집행기능(executive function)’ 중 하나다. 이는 학습 능력, 창의성, 문제 해결력과도 직결되며, 우울증·불안장애·조현병·ADHD·파킨슨병 등 여러 신경·정신질환에서 흔히 손상되는 영역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를 이끈 이자벨 미더러(Isabelle Miederer) 교수는 “도파민이 인지 유연성과 연관된다는 간접적 증거는 많았지만, 실제로 뇌 안에서 이 물질이 얼마나, 언제 방출되는지를 확인한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D2/3 수용체에 결합하는 방사성 표지물질 ‘18F-팔리프라이드(18F-fallypride)’를 이용해 참가자 18명의 뇌를 실시간으로 촬영했다. 실험은 두 단계로 구성됐다. 첫 번째는 규칙이 변하지 않는 단순 과제, 두 번째는 규칙이 지속적으로 바뀌는 복잡한 과제로, 각 단계에서 참가자들의 뇌 반응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과제 전환이 필요할 때 뇌의 복내측 전전두피질(ventromedial prefrontal cortex)에서 18F-팔리프라이드의 이동이 관찰됐다. 이는 곧 도파민이 방출되면서 수용체에 경쟁적으로 결합했음을 의미한다. 연구진은 이러한 도파민 분비량이 많을수록 참가자들이 과제를 더 빠르고 정확하게 수행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연구 공동저자인 마티아스 슈레켄베르거(Mathias Schreckenberger) 박사는 “이번 결과는 도파민 결핍이 인지 유연성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이는 파킨슨병 환자에서 흔히 나타나는 인지·행동 장애의 원인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파민은 신경세포 간 신호를 전달하는 물질로, 보상과 동기 부여뿐 아니라 주의 집중, 의사 결정 등 여러 인지 기능을 조절한다. 이번 연구를 통해 도파민의 변화가 인지적 유연성, 즉 ‘상황에 맞게 사고를 전환하는 능력’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는 점이 명확히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이 발견이 향후 신경·정신질환 치료 전략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한다. 도파민 활동을 조절하는 약물이나 뇌자극 치료(rTMS, DBS 등)를 보다 정밀하게 설계해, 환자의 인지 유연성을 향상시키는 맞춤형 치료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번 결과는 단순히 생화학적 관계를 규명한 데 그치지 않는다”며 “도파민 시스템의 미세한 조절이 인간의 사고방식과 행동 변화의 핵심 열쇠임을 보여준다”고 강조했다.